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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세정제 마셨다면… 즉시 전화를”

입력 | 2023-04-19 03:00:00

서울시, 전국 첫 중독관리센터 운영
화학물질-의약품 등 중독 상담
2월 세계보건기구 등재 되기도
“신속 조사 체계도 갖춰 관리할 것”



6일 서울 성북구 서울시 독성물질 중독관리센터에서 이성우 센터장이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시는 화학물질 중독 관련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중독관리센터를 2021년 8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시간이 지나면 목에 통증이 생기거나 구역질이 날 수 있습니다. 일단 경과를 지켜보시다가 그런 증세가 생기면 다시 연락 주세요.”

6일 오후 3시 서울 성북구 서울시 독성물질 중독관리센터. 신요한 주임이 전화를 들고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신 주임에게 전화를 건 상담자는 두 살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였는데 “아이가 손 세정제를 한 모금 마셨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청했다. 신 씨는 “2시간 후 다시 전화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겠다”며 상대를 안심시켰다.

2000년대 들어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 등 독성물질 중독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유사한 일이 일상 생활에서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이에 서울시는 2020년 전국 최초로 ‘독성물질 중독 예방 및 사고 안전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2021년 8월부터 중독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철분제 어린이가 먹으면 위험”… 전화로 상담

화학물질이나 의약품, 농약 등으로 인해 중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서울 시민들이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은 현재 시 중독관리센터가 유일하다. 이 센터는 화학물질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하면서 헬프콜(1855-2221) 전화 상담을 제공한다. 센터 홈페이지(seoulppc.or.kr)에선 독성물질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이성우 중독관리센터장(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모르게 화학물질 등에 중독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임산부가 먹는 철분제를 5세 이하 어린이가 먹으면 위장관이 손상될 수 있지만 이를 아는 부모는 많지 않다.

지난해 센터에 접수된 상담자 512명 중 5세 이하 영유아 중독 사례가 14.3%(73건)에 달했다. 주로 가정용품이나 치료 약물에 중독된 경우였다. 봄에는 산나물, 여름에는 해파리 등 자연물질에 의한 중독 질환도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중독관리센터는 지난해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에서 분산 관리됐던 유해물질정보 19만3686건을 일원화한 DB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성분이 파악되지 않은 제품 200여 개를 발굴하는 성과도 거뒀다. 서울 시내 일선 응급실에 중독 환자가 실려오면 물질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역 청소를 담당하는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방역법을 컨설팅하기도 했다.



● “특이 동향 감지 시 신속 조사”
중독관리센터는 올 2월 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등재됐다. 이전까지 한국은 라트비아, 룩셈부르크와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중독관리센터가 없는 국가였다. WHO는 중독관리센터의 필수 기능으로 △독성물질 및 응급처치 정보 제공 △독성물질 감시조사 △중독질환 예방교육 △중독질환 전문가 양성교육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WHO 등재를 계기로 각 나라의 독성물질 관련 기관에서 얻어진 정보를 교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독관리센터는 앞으로 시와 협의해 독성물질 관련 특이 동향 보고체계도 갖출 계획이다. 보고체계가 갖춰지면 접수된 상담 사례 중 특정 물질 관련 동향이 감지될 경우 신속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센터에 따르면 최근에는 유성페인트 중독 사례가 자주 접수된다고 한다. 페인트에는 석유류 물질이 들어 있어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센터장은 “연내에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예방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세차에 쓰는 생활 밀착형 화학 제품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