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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피해여성, 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출신

입력 | 2023-04-19 03:00:00

[전세사기 피해]
광저우 亞경기 출전해 5위 기록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에게 전세사기를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세 번째 사망자 박모 씨(31)는 국가대표 해머던지기 선수 출신(사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씨는 강원 정선의 한 중학교에서 원반던지기 선수를 하다 부모와 살던 집을 떠나 중학교 2학년 때 부산으로 전학을 갔다. 이후 해머던지기로 종목을 바꾼 박 씨는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5위를 기록했다.

학교 졸업 후에는 실업팀 선수로 뛰었다. 박 씨를 지도했던 실업팀 코치는 인천의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는 착하고 실력 있는 선수였다. 월급을 모아 인천에 전셋집을 마련했다고 좋아했는데…”라며 울먹였다.

박 씨의 빈소를 찾은 김모 씨는 “박 씨 집 아래층에 살았는데, 젊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게 무엇보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서 만난 박 씨의 부친은 “딸이 경제적으로 일찍 독립했다. 폐 끼치는 걸 싫어해서 전세사기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최근에는 애견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를 해왔다고 한다.

박 씨는 “전세사기를 당했다. 의지할 부모님도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유서를 남겼다. 경찰은 “전세사기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고립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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