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높이뛰기 메이저 첫 金 우상혁
‘스마일 점퍼’ 우상혁이 17일 전지훈련지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있다. 2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올해 첫 실전을 마친 뒤 도움닫기와 육상 기본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우상혁은 다음 달 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연맹(WA) 다이아몬드리그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제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루함을 이겨내야 돼요.”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은 17일 전지훈련지인 제주종합경기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우상혁은 “원래 나는 영화를 볼 때도 건너뛰면서 본다. 그런데 운동은 그렇게 건너뛰면 안 된다. 손톱이 자라는 것처럼 처음에는 티가 나지 않다가 어느 순간 확 티가 나더라”라고 말했다.
우상혁은 이날 훈련 시작 1시간 만에야 높이뛰기용 스파이크화를 꺼내 신었다. 그렇다고 높이뛰기 훈련을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도움닫기 훈련을 반복한 뒤 우상혁은 스파이크화를 다시 벗었다. 그리고 허벅지 양쪽에 저항을 주는 줄을 연결한 채 짧은 거리를 달리는 훈련을 반복했다. 이날 훈련은 무게 약 4㎏짜리 ‘웨이트볼’을 이용한 근육 강화 훈련으로 끝났다.
한국 남자 높이뛰기 선수 가운데 2m30을 넘은 건 이진택(51)과 우상혁 단 두 명뿐이다. 우상혁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2m35를 뛰어넘으면서 이진택이 1997년 세운 한국 기록을 24년 만에 경신했다. 이어 지난해 시즌 첫 대회였던 후스토페체(체코) 실내대회 때는 한국 기록을 2m36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올해 첫 대회로 열린 2월 아시아실내선수권대회에서는 2m24로 은메달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우상혁은 “예전 같았으면 ‘뭐가 문제였을까’ 파고들었겠지만 이젠 ‘훈련이 충분히 안 돼서 그렇구나’ 한다”며 “모든 걸 코치님에게 맡겼다. 난 올 시즌 대회 일정도 모른다. (경기를) 의식하기보다 훈련은 충분히 잘해 왔으니 훈련한 만큼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12월부터 2월까지 훈련을 바짝 하고 시즌을 시작하는데 올겨울에는 부비동염으로 숨을 잘 못 쉬어서 고강도 훈련을 제대로 못 했다”며 “(2월에) 수술을 받고 상쾌하게 숨 쉬면서 훈련도 빠짐없이 잘하고 있다. 앞으로 기록이 어떻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면서 웃었다.
자는 시간을 빼고는 우상혁과 ‘공과 사’를 모두 함께하는 김 코치는 이날 훈련 중 우상혁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바로 캐치하고는 “경직되면 속도가 확 죽는다”며 피드백을 줬다. 우상혁은 “운동이나 일상에서나 코치님한테는 거짓말을 못 한다. 바로 다 아신다”고 했다.
주경기장 트랙을 달리는 우상혁. 제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우상혁은 “이상일 용인시장님부터 앞장서 도와주고 계신다”고 감사함을 전한 뒤 “마침 대회 장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파리다. 여행 오시는 분들, 교민분들 모두 다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다음 달 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연맹(WA) 다이아몬드리그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서 시즌 첫 우승에 도전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