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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1사까지 퍼펙트…부활한 백정현에 반가운 삼성

입력 | 2023-04-19 11:41:00


삼성 라이온즈 좌완 베테랑 백정현이 박진만 삼성 감독의 근심을 덜어줄 수 있을까.

백정현은 지난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8이닝 3피안타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해 팀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진 백정현은 빼어난 제구로 공 93개로 8이닝을 막는 효율적인 투구를 선보이면서 시즌 첫 승(2패)을 수확했다.

특히 백정현은 8회 1사까지 키움에 한 차례도 1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백정현이 무결점투를 이어가자, 현장에서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전례 없는 퍼펙트게임의 탄생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삼성 더그아웃도 숨죽이고 있었다.

경기 뒤 백정현은 “동료들이 조심스러워하는 것을 느꼈다. 그 상황이 재미있었다. 서로 말을 안 걸려고 하고, (나를)없는 사람 취급하듯이 움직였다”며 “나중에 (강)민호형이 자신도 긴장됐다고 말해줬다”고 더그아웃 분위기를 전했다.

8회 1사, 키움 에디슨 러셀이 내야안타로 출루하면서 대기록 달성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그렇지만 백정현의 완벽투는 선발난을 호소한 삼성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외국인 선발 알버트 수아레즈가 개인사로 등판하지 못하고 5선발 양창섭이 부진한 탓에 고민이 깊었던 박 감독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5선발 양창섭이 심한 부진을 겪자 박 감독은 양창섭을 중간 계투인 롱 릴리프로 보직을 옮겼다. 그 결과 데이비드 뷰캐넌-수아레즈-원태인-백정현-양창섭으로 이어지던 선발 로테이션은 두 자리가 빠졌다.


박 감독은 임시방편으로 이재희, 장필준을 선발진에 합류시켰다. 그러면서 이호성을 퓨처스(2군)리그로 보내 선발 수업을 받도록 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박진만 감독은 백정현을 두고도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23일 KIA 타이거즈전에 백정현을 선발로 내겠다면서도 “(선수가 없어서)그럴 수밖에 없다. 선수를 다 끌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투수 운용의 어려움을 겪은 삼성은 키움전 이전까지 팀 방어율 5.34로 10개 구단 중 9위, 선발 투수 평균자책점(ERA) 5.73으로 10위였다.

이재희와 장필준 모두 선발로 올리기에 불안한 선택지다. 그렇지만 삼성은 다른 방법이 없다.

이재희는 5차례 1군 등판 경험이 있지만 한 차례도 5이닝을 넘겨 소화한 적이 없다. 베테랑 장필준도 중간 계투 자원으로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과는 거리가 멀다.

백정현도 올 시즌 부진했다. 키움전 이전 백정현은 올 시즌 2경기에서 7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ERA는 7.71에 그쳤다.

특히 시즌 첫 등판인 지난 6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백정현은 5피안타 3볼넷 끝에 5실점을 해 2이닝 만에 조기 강판당했다.


불안했던 백정현은 등판을 거듭하면서 안정세를 찾아갔다.

지난 12일 SSG 랜더스전에서 그는 5이닝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자책점으로 호투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2회 1사 만루 위기를 맞은 백정현은 베테랑 이재원을 내야 뜬공, 추신수를 2루수 땅볼로 유도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았다. 유일한 실점은 4회 박성한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포였다.

‘안정감’이 중요한 선발 중책을 맡기기에 백정현이 두 경기에서 보인 큰 성적 차는 여전한 불안 요소였다.

지난 5년가량 꾸준히 ERA 4~5 수준을 유지하던 백정현과는 달랐다. 2021년 27경기 14승5패 ERA 2.63으로 빼어난 투구를 선보인 백정현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키움전 등판으로 백정현은 박 감독에게 믿음을 줬다.

박 감독은 이날 백정현의 쾌투를 본 뒤 “백정현이 최고의 피칭으로 압도한 경기였다”며 “효과적인 투구로 긴 이닝을 소화하며 팀에 도움이 되는 피칭을 해줬다”고 박수를 보냈다.

백정현마저 무너진다면 험난한 미래만 남았을 삼성이지만 백정현의 호투로 삼성은 숨통이 트였다. 선발 ERA 순위는 한 계단 올라선 9위가 됐다. 부활한 백정현이 삼성에게 반가운 이유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