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해 사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2023.4.18/뉴스1
수도권 곳곳에서 전세사기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를 넘어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오피스텔 수백채를 보유한 임대인이 파산하며 수십가구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올 하반기 전셋값 급등 시기 매물의 계약 만기 시점이 도래하는 만큼 업계에선 정부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최근 동탄신도시 주민 다수로부터 이러한 신고를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들은 수개월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최근 임대인 A씨로부터 ‘세금체납 등의 문제로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우니 오피스텔 소유권을 이전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알려진다.
인천 미추홀구에선 이른바 ‘건축왕’이라고 불리는 임대인의 전세사기 행각이 발각되기도 했다. 건축업자 B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 빌라 등 주택을 지으면서 준공 대출금이나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통해 대출이자나 직원 급여를 충당했다. 이렇게 지은 주택만 ‘2700여 채’다.
결국 늘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들통이 났다. 2023년 2월 기준으로 경매에 넘어간 곳은 690가구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 3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피해액은 500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세사기는 전셋값 급등 시기를 파고들며 불거졌다. 매매가와 전셋값의 간극이 좁혀지자 자기 자본을 들이지 않고 수십, 수백채를 한꺼번에 사들인 것이다. 전세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이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하락기에는 돌려막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올 하반기 전셋값이 크게 올랐던 시기에 계약했던 매물들의 만기 시점이 도래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연구원은 ‘전세 레버리지 리스크 추정과 정책 대응 방안’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이 20% 하락하면 갭투자 주택 40%에서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구제 뿐만 아니라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투트랙’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앞서 정부는 전세사기 대책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저리 전세자금 대출, 긴급주거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앞으로 전세제도가 계속된다면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생겨날 수 있기 때문에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대책도 같이 운영이 돼야 한다”며 “피해자 구제와 함께 투트랙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참에 전세대출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세대출이 소득 등 개인의 조건과는 무관하게 가능하다 보니 전셋값을 밀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송승현 대표는 “전세 대출도 분명 문제가 있다”며 “개인의 소득 등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등 방만한 운영이 전셋값을 밀어 올리는데 일조를 했고, 결국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