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우리 정부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우크라이나 당국과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건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한 채 경제·인도적 지원만 진행해왔다. 우크라이나 측에 공급한 일부 군수물자도 방탄조끼·헬멧, 방독면, 비상식량, 긴급의약품 등 ‘비(非)살상용’ 물자들이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러시아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의 경영 환경과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고려, 한러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돼왔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학살, 심각한 전시 국제법 위반 등 국제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불법적으로 침략당한 국가를 방어하고 복구하기 위한 지원의 범위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이 비록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학살 △심각한 전시 국제법 위반 등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긴 했지만, 직접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 안팎의 일반적인 견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155㎜ 포탄을 미국 등 제3국에 판매·대여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우회 지원’해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 내용에 비춰볼 때, “향후 전황에 따라선 이들 나라를 거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측에 무기·탄약류를 직접 공수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2023.2.23/뉴스1 ⓒ News1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뒤 재건 과정에 참여할 공병부대 등은 파병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번 로이터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방어’와 함께 ‘복구’를 얘기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단 해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체계를 지원하기로 결정하더라도 “‘공격용’보다는 ‘방어용’을 우선으로 할 것”이란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자유 수호를 위해 정부가 다양한 지원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선 비살상무기 이상의 지원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