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방법원./뉴스1 DB
지난 2021년 전남 보성에서 최대 184㎞의 속도로 운전하다 동승자 사망사고를 낸 60대 여성이 재판 끝에 ‘차량 자체 결함의 가능성’을 인정 받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3부(재판장 김성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A씨(68·여)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2월13일 오후 9시쯤 전남 보성군의 한 도로에서 차량을 몰다 마을 표지석을 들이받고, 동승자 B씨(64·여)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차량은 도로 옆에 있는 마을 표지석을 들이받았고, A씨와 B씨는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B씨는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A씨는 이 사고가 급발진, 브레이크 결함 등 차량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주장했다. 차량이 갑자기 스스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브레이크를 밟아도 멈추지 않아 벌어진 사고라는 것.
반면 경찰과 검찰은 A씨가 과속 주행을 하다 전방 주시를 태만히 해 이같은 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고흥에서 보성까지 정상 운행되던 A씨의 차량이 사고 지점 500m 앞에서부터 시속 114㎞로 과속하기 시작하더니 180㎞까지 가속이 붙었는데, 사고는 127㎞~133㎞의 속도에서 났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은 시속 120㎞부터 제동되지 않은 원인이 운전자 때문인지, 차량 때문인지 추정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차량 결함 여부도 조사에서 입증되지 않아 최종 판단은 재판부에 넘어갔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전 과정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사고지점의 환경, A씨의 나이, 운전경력 등에 비춰봤을 때 차량 운행 방향과 속도 등이 그 자체로 비정상적이라고 봤다.
과속 단속 CCTV 영상을 살펴본 재판부는 A씨가 편도 1차로에 앞서가던 차량을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어 차량을 추월했고, 정차돼 있던 또다른 차량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틀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A씨의 차량이 브레이크로 120㎞ 속도까지 감속한 건 사실이고, 브레이크가 이후에도 정상 작동됐더라면 사고가 이렇게까지 크게 나지 않았을 거란 판단이다.
재판부는 “만일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할 수 있음에도 고속 주행을 감행했다면 본인도 크게 상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운전자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운전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의 차량이 시속 120여㎞부터 제동되지 않은 원인을 추정할 수 없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