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원 내 운동기구를 사용하다 떨어져 사지가 마비된 시민에게 구청이 5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12민사부(부장판사 채성호)는 원고 A씨가 대구 북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5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북구청이 관리하는 대구 북구 구암동 함지산 체육공원에 설치된 이른바 ‘거꾸리’ 운동기구를 이용하다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경추에 부상을 입었다.
A씨는 “해당 운동 기구는 낙상의 위험이 존재하고 그로 인한 사망 또는 중한 상해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음에도 안전장치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8억9000여만원의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북구는 “A씨에게 백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했고 A씨가 제소하지 않기로 면책 합의를 했다”며 “당시 이용 방법과 이용 시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 문구를 부착했고 운동기구에 설치, 관리 상의 하자가 없으므로 이 사고는 전적으로 원고의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부착된 안내문에는 운동의 효능과 기본적인 이용 방법만 기재돼 있을 뿐, 주의사항이나 추락 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은 없다”며 “피고는 사고나 부상 가능성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 대책을 갖춰야 할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방호 조치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원고의 이용상 부주의 등 과실을 참작해 피고의 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부연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