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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손모 씨(21)는 위암 투병 중인 80대 할머니와 둘이 산다. 2021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갑작스럽게 집안의 ‘가장’이 됐다. 평일엔 태권도 사범 일을 하면서 월 130만 원을 벌고, 주말에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의 약을 챙기고 집안일을 하는 등 ‘돌봄노동’을 담당한다. 시간을 쪼개 일과 간호를 병행하기 위해 지난해는 휴학까지 해야 했다. 손 씨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수입이 많이 줄었다”며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돈을 열심히 벌고 있지만, 항상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 가족돌봄청년, 서울에 900명
서울시가 19일 손 씨처럼 몸이 아픈 가족을 돌보고 있는 이른바 ‘영케어러(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민센터와 종합병원 등을 통해 모집한 2988명이 조사에 참여했고, 이 중 가족돌봄청년으로 판단되는 응답자는 900명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가족돌봄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는 ‘장애, 정신 및 신체 질병 등의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14~34세 사람’을 가족돌봄청년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가족돌봄청년 실태 조사 주요 결과>
연령
인원(명)
비율(%)
성인
616
69
대학생
108
12
중고등학생
146
16
학교 밖 청소년
30
3
소득
월 소득
인원(명)
비율(%)
100만 원 미만
409
45
100만 원 이상~200만 원 미만
183
20
200만 원 이상~300만 원 미만
214
24
300만 원 이상~400만 원 미만
60
7
400만 원 이상
34
4
조사 결과 가족돌봄청년으로 추정되는 900명 중 30% 가량이 중·고등학생 또는 대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900명 중 대학생은 12%(108명), 중·고등학생은 16%(146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학업 또는 취업 활동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가족 돌봄을 맡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성인은 69%(616명), 학교밖청소년은 3%(30명)이었다.
가족 중 돌봄 대상자는 할머니·외할머니가 28.2%(229명)로 가장 많았고, 아버지(26.1%, 212명), 어머니(25.5%, 207명)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돌봄 대상자가 여러 명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청년 중 중·고등학생과 학교밖청소년이 돌보는 가족은 조부모인 경우가 많았고, 대학생이나 일반성인은 상대적으로 부모를 많이 돌보고 있었다.
● “절반 정도가 월 100만 원 미만 소득”
가족돌봄청년의 개인 소득은 전반적으로 낮았다. 100만 원 미만이 45%(409명)으로 절반에 가까웠고, 100만 원 이상~200만 원 미만 청년들도 20%(183명)이었다. 이어 △200만 원 이상 300만 원 미만 24%(214명) △300만 원 이상 400만 원 미만 7%(60명) 등으로 조사됐다.가족돌봄청년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도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설문지에서 제시된 22개 어려움 유형(5점 만점) 중 가족돌봄청년들은 돌봄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3.22점)’과 ‘주거비 부담(3.22점)’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답했다. △가족 구성원 간 관계(3.19점) △문화·여가 활동(3.17점) △기초생활 해결(3.13점) 등도 어려운 부분으로 꼽혔다. 또 이들은 △생계 △돌봄 △금융·사회·여가 △상담 △학습·취업 순으로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