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장난문자인줄” 반차내고 달려온 동탄 피해자들…부동산은 굳게 닫혀

입력 | 2023-04-19 17:04:00

동탄 오피스텔 전세사기 의심 피해자가 받은 소유권이전등기 문자 메시지


“불안해 죽겠습니다.”

19일 오후 2시 대규모 전세사기 의심신고 접수된 경기 화성시 동탄1신도시 한 오피스텔 정문 앞에서 만난 A씨(32)의 말이다.

취재진과 만난 A씨는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A씨는 “최근 임대인 사정으로 소유권이전등기해야 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는데, 장난 문자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동탄신도시 오피스텔이 전세사기로 떠들썩하다는 것을 오늘 언론을 통해 알게 돼 깜짝 놀랐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전세 보증금 일부를 돌려 받을 수 있는 보증보험도 가입돼 있지 않다. 당장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오피스텔 인근 부동산 앞에서 만난 B씨는 “회사에 출근했다가 동탄 일대 오피스텔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의심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는 사실을 알고 반차를 내고 급히 달려 왔다”며 “부동산 문이 닫혀 있어 불안한 마음이 더 하다. 혹시 집주인이 언론에 나온 집주인과 동일 인물은 아닐까 내심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인근 상점 주인은 해당 부동산이 지난 수일 전부터 문을 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화성동탄경찰서는 최근 화성 동탄신도시 소재 오피스텔 세입자 다수로부터 전세사기 의심신고를 접수한 직후 수사에 착수했다.

신고내용은 동탄신도시와 인근 수원, 용인시 등에 오피스텔 250여채를 보유한 부부가 파산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는 것.

경찰은 전날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세입자들을 불러 피해 진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임대인 등에 대한 조사는 피해자 진술을 마친 뒤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경찰수사와 별도로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며, 대응책 마련 등을 논의 중이다.

실제 한 전세세입자 카페에는 동탄신도시 한 부동산에서 C씨 부부 명의 오피스텔을 공인중개사 D씨와 대리 전세 계약을 체결했으나 최근 C씨로부터 ‘세금체납 등의 문제로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우니 오피스텔 소유권을 이전받아가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작성됐다.

C씨 부부는 오피스텔 등 주택 250여채를 소유해 D씨에게 위탁 운영을 맡겼고,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을 알고도 영리 목적으로 임대계약을 지속하다 일이 커지자 연락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 피해자 측 주장이다.

피해자들은 소유권 이전 관련해 최근 집값 하락 등 요인으로 오피스텔의 거래가가 전세금 이하로 떨어진 데다가 체납세까지 있어 가구당 2000만∼5000만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오피스텔 전세 계약을 했다는 부동산 중개사사무소는 현재 D씨가 아닌 다른 중개인이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탄 전세사기 의심신고와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도 함께 들썩이고 있다.

“중개업소에도 책임을 물어야” “대한민국에서 집과 땅은 소유의 제한을 둬야함” “어떻게하면 250채를 소유할 수 있을까” “전세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강력처벌 및 법개정을 촉구한다” “파산하면 끝이냐” 등 비판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임대인 부부가 소유한 오피스텔은 동탄과 수원, 용인 등에 소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D씨가 운영한 부동산도 D씨가 폐업한 후 다른 사람이 운영 중”이라며 “현재 조사 중인 관계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화성=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