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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반도체법’ 합의…삼성·SK하닉 “미국보다 매력 낮다”

입력 | 2023-04-19 17:15:00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지원 법안에 전격 합의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TSMC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현지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EU가 글로벌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한 축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선 한국 기업들의 현지 진출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18일(현지시간) 반도체법안을 놓고 집행위원회·이사회·유럽의회간 3자 협의가 최종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이 법안은 2030년까지 민간 및 공공에서 430억 유로(62조원)를 투입해 반도체 생산공장·연구소·디자인 시설 등의 설립을 지원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전 세계적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자국 내 생산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이미 EU의 보조금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며 TSMC와 인텔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이 유럽 지역에 생산시설을 속속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치열한 보조금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인텔, TSMC, 미국 전력반도체 업체 울프스피드, 독일 인피니온 등이 현지에서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이 중 인텔은 지난해 3월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유로(24조5000억원)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TSMC도 독일 드레스덴에 차량용 반도체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를 검토 중으로 전해졌다.

◆삼성·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 반응은 미지근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번 EU 발표에도 불구,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인텔, TSMC 등과 극명한 온도차를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 지급에도 현지 진출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본다.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대 반도체 수요 시장인 중국에 생산 거점을 가지고 있어, 유럽 시장 진출 매력도가 낮은 상황이다. 특히 유럽 지역의 주요 고객사들은 자동차 업체들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력 생산 품목인 메모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더욱이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주로 범용 제품이기 때문에, 파운드리 산업 등에 비해 고객사 간 협력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반면 유럽의 경우 물, 전기 등 환경 관련 이슈와 인력 구조·비용 문제도 우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현지 진출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 생산 제품과 고객 수를 늘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 유럽 진출을 타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