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하며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삽시간에 검은 연기가 건물을 덮쳤어요.”
9일 만에 또다시 불이 난 전남 화순군 한 요양병원 인근에선 긴급 대피한 입소자와 병원 관계자들이 놀란 가슴만 쓸어 내렸다.
19일 화순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9분께 화순군 화순읍 4층 규모 한 요양병원 지하 1층 목욕탕에서 불이 났다.
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45분 만에 큰 불길을 잡았으나 병동 2층엔 아직 이송되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있는 몇몇 환자가 눈에 띄었다.
화재 당시 2층엔 중증환자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3~4층엔 암이나 재활 환자가 입원해있었다.
소방관들은 이미 의식이 희미해진 환자들을 바삐 구급차로 옮기느라 바빴다.
불을 피해 병원 뒤편 한 교회로 대피한 입소자와 병원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공유하며 “죽다 살았다”고 토로했다.
당시 4인실에 있던 50대 여성 A씨는 “간호사가 대피하라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계단을 타고 대피했다”며 “지난주 화재 상황과 똑같았다”며 화재 재발에 분통을 터뜨렸다.
입소자들은 검은 연기가 삽시간에 복도와 건물을 에워싸자 황급히 대피한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다.
3층에서 환자 대피를 도운 70대 남성 입소자 B씨는 “잠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복도에 탄내가 나고 전등 불이 탁 꺼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갑자기 ‘불이야’라면서 누군가 외치자 정신이 퍼뜩 들었다”며 “입원실 문을 열고 사람들을 대피하도록 밖으로 몰아냈다”며 아비규환이었던 대피 현장을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당시 연기를 목격하고 황급히 입소자를 대피시킨 상황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 간호사 D씨는 ”우리 간호사들도 다들 당황했는데 방마다 일일이 문 열면서 “빨리 나오시라”면서 악을 고래고래 질렀죠“라며 ”무사히 다들 살아야 한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병원 이송 조치가 미흡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환자 가족도 눈에 띄었다.
한 입소자 보호자는 ”매캐한 연기가 가득한 병원으로 다시 환자를 들일 생각을 하느냐“며 ”고령이라 기관지도 안 좋은데 무슨 대처 방식“이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화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