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운데)가 1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이른바 ‘백현동 로비스트’로 알려진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옥중에서 백현동 개발사업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담긴 ‘옥중 편지’를 확보했다. 이 편지에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암시하는 ‘사장’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김 전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 없는 별개의 사건으로 수감된 2015년 4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자신의 측근이었던 김모 씨에게 보낸 편지를 확보했다. 옥중 편지에는 김 전 대표가 옥중에서 백현동 사업을 챙긴 정황이 드러나 있다.
김 전 대표는 편지에서 “(백현동 민간사업자인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회장이) 지구단위(계획 인허가) 신청도 안 했다고 하는데 무슨 소린지?”라며 사업의 진행 현황을 묻거나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새로이 도입됐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모양이야”라며 백현동 사업의 진행경과를 파악하고 있는 듯한 언급을 했다.
김 전 대표는 또 2016년 김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 전 실장과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고 전형수 씨가 면회를 왔다며 “사장이 재판 초기부터 끝까지 모두 파악한 것 같다”며 “당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석하는 것 같다. 걱정 말고 출소 때까지 건강 챙기라고 전했다”고 전했다. 당시 김 전 대표가 수감된 사건과 관련해 ‘사장(이 대표)’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검찰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확보하며 김 전 대표의 ‘옥중 대관’ 의혹에 관한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4일 구속된 김 전 대표를 불러 편지의 진위를 확인하는 한편, 김 전 대표의 의중이 실제로 백현동 사업에 반영이 됐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