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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 美… 아이오와, ‘청소년 야근법’ 가결 논란

입력 | 2023-04-20 03:00:00

‘미성년자 근무 연장-술서빙 허용’… 아동노동법안 아이오와 상원 통과
공화 “기회 확대” 민주 “위험 노출”
아칸소-미네소타 등서도 규제 완화
“구인난 심각… 아동 고용 늘어날것”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청소년들이 더 어렸을 때부터 더 위험한 업종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아동노동법안이 18일 주 상원을 통과했다. 법안 처리를 주도한 공화당은 “청소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민주당과 노동계는 “노동력 부족 문제 책임을 아이들에게 떠넘기는 짓”이라며 반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력난이 심해진 미국에서는 10개 이상 주가 아동노동 규제 완화 법안을 추진 중이다.

● 공화 “아동에게 기회” vs 민주 “위험에 노출”

공화당이 다수당인 아이오와주 상원은 동도 트기 전인 이날 오전 4시 52분 아동노동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2표, 반대 17표로 가결했다. 공화당 의원 2명과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법안은 역시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통과하고, 공화당 소속 킴 레이놀즈 주지사가 서명하면 발효된다.

이번 법안은 16세 미만이 하루 일할 수 있는 시간을 4시간에서 6시간으로 늘렸다. 학기 중에는 오후 9시, 여름(방학)에는 오후 11시까지 야간근무도 할 수 있게 했다. 15세부터는 노동 강도가 낮은 공장 조립라인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16, 17세는 보호자가 서면으로 허가하면 식당에서 손님에게 술을 내놓는 일도 허용된다.

공화당은 이 법안이 청소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에이드리언 디키 주 상원의원은 “직업을 갖고 싶어 하는 많은 젊은이가 월급으로 차 살 돈을 저축하고, 무도회 드레스를 사며, 여름 캠프에 가고, 주말 데이트를 즐길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주 노동계는 아이들을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시킨다고 반박했다. 잭 월스 주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아이들에게 의존해 노동력 위기를 해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아이오와 노동연맹 찰리 위시먼 회장도 “아이들을 사망 우려가 있는 위험한 직군에 넣은 것”이라며 “이 법을 통과시킨 의원들은 자기 자녀 아닌 남의 자녀와 관련된 법이어서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美, 구인난 속 아동노동법 완화 움직임

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최근 2년간 적어도 10개 주가 아동노동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도입했거나 추진하고 있다며 “아이오와 법안은 위험 업종 규제를 풀었다는 점에서 더욱 극단적”이라고 짚었다. 아칸소주는 지난달 고용주가 16세 이하를 고용할 때 부모 서명과 함께 업무 세부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절차를 폐기했다. 미네소타주는 16, 17세가 건설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아동노동 규제 완화 움직임은 부분적으로 팬데믹 이후 심각한 인력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일자리 증가세가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등 고용시장 과열 양상이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총체적 노동력 부족 현상은 팬데믹뿐 아니라 은퇴자 증가와 이민자 감소 등 다양한 사회 요소가 작용한 것이어서 아동노동 규제 완화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고용주가 성인보다 더 어리고 ‘값싼’ 직원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일은 아이들에게 책임감과 전문성, 경제 이해력을 가르쳐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농업이나 건설, 판매업 등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웨일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WP에 “인력 수요는 높지만 근로자 안전망에 구멍이 난 사업장들은 안타깝게도 아동노동으로 (인력 부족) 구멍을 메우는 일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