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1호기 계획된 시일내 발사” 지시
고체연료 ICBM, 美본토 조준하며
항모 등에 전술핵 타격 위협 가능성
한미 확장억제 강화 전략 차질 우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 완성 사실을 밝히고 계획된 시일 내 발사를 공언한 가운데 미 전략자산 등 대북 확장억제 무력화가 그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미 본토까지 핵투발이 가능한 ‘화성-18형’ 고체연료 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최근 시험발사한 데 이어 이번엔 군사정찰위성으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사전에 탐지하겠다는 것. 필요시 핵으로 정조준해 선제타격에 나설 수 있다는 의도까지 노골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경고가 현실화될 경우 한미의 전략자산 운용 및 대비태세는 물론이고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육각형 기둥 형태 300kg 이상 추정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군사정찰위성을 공개했다. 사진은 흐릿하지만 이 위성은 육각형 기둥 형태로 상단에 태양전지판 4개가 달린 형상으로 추정된다. 구체적 제원과 주요 구성품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무게는 300kg 이상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2016년 2월에 쏜 사각형 형태의 (위성인) ‘광명성 4호’보다 좀 더 크고, 전자광학카메라가 2대가량 탑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북한은 조만간 화성-18형(고체연료 ICBM)이나 화성-15·17형(액체연료 ICBM)에 쓴 백두산 엔진을 활용한 새 발사체로 정찰위성을 쏴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군 당국자는 “북한은 정당한 자위권 및 우주개발 권리를 주장하지만 사실상 ‘ICBM급 도발’을 예고한 점에서 핵위협 고도화”라고 우려했다. 북한은 향후 4, 5기 이상의 정찰위성을 쏴 올려 2시간 재방문 주기로 한국과 일본 등 한반도 주변을 감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2016년 2월 광명성 4호 발사 절차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항행경보 전파 및 1∼3단 추진체의 낙하 지점 등을 사전 예고한 뒤 ‘태양동기궤도’로 쏴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북한이 정찰위성을 태양동기궤도로 올리려면 광명성 4호 발사 때처럼 서해안을 따라서 필리핀 동남쪽으로 발사할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북한의 정찰위성이 제 위력을 발휘하려면 ‘서브미터급’(가로세로 1m 미만 물체 식별)은 돼야 한다. 새로 발사할 군사정찰위성의 해상도는 50cm급까지 고도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2016년 발사한 광명성 4호는 500km 저궤도에 진입한 뒤 공중제비 현상이 발생해 제 기능을 못 했다.
● 미 전략자산 ‘핵 조준’ 능력 확보 시도
김 위원장은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 핵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 방대한 전략장비들의 한반도 상시 배치 전개를 언급하며 이를 맹비난했다.
결국 정찰위성으로 미 전략자산의 위치 및 이동정보를 파악해 다양한 핵투발수단(탄도미사일)으로 정확히 타격함으로써 핵무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근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밝힌 핵억제력의 공세적 전환 차원에서도 군사정찰위성은 핵심 전력”이라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도 “북한이 정찰위성을 한미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정면 돌파할 ‘비장의 전력’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유사시 은밀·신속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ICBM으로 미 본토(워싱턴, 뉴욕)를 위협하면서 동시에 한반도로 전개되는 미 전략자산 움직임까지 미리 파악해 전술핵 타격 위협을 가할 경우 미국의 확장억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거란 의미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