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정부-여당 오늘 당정회의 논의 2007년 임대주택 부도로 매수권… 살던 집서 계속 주거 가능해져 보증금 채권, 캠코서 인수 검토 “공공매입 실익 없어” 검토 안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19일 오후 서울역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사기 피해 구제 방안 등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거주 중인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우선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채권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이 피해주택을 매입하는 방안은 피해자들에게 실익이 없어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우선 매수권 부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거 부도임대주택에 우선매수권 제도가 운용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걸리지 않겠다 싶어 제안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정부는 2007년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 특별법’을 제정해 세입자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한 바 있다. 당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임대주택을 지은 민간 건설사가 부도나며 세입자들이 대거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하자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당시 정부는 부도 임대주택을 우선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세입자에게 우선매수권을 줬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우선매수권 부여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어떤 요건과 장치를 달아 실행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해 관계 당국 간 긴밀히 논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원 장관은 전했다. 원 장관은 “우선매수권을 주려면 입법이 필요한데, 다른 사람의 재산권에 일방적으로 손해를 끼치거나 이를 악용하는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어서 정밀하게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우선매수권이 바로 피해자 구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007년 당시에는 세입자가 최고가로 주택을 매수해야 해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세입자가 많지 않았다. 결국 공공이 해당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방안까지 추진해 2021년에야 약 6만 채에 이르는 부도 임대주택 처리가 마무리된 바 있다.
● “공공매입 검토 안 해”…‘선지원 후구상’도 논의
피해자 주택을 공공임대용으로 정부가 매입하는 방안은 미추홀구 피해자에 대해서는 추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은 선순위 담보가 최대로 설정돼 공공이 매입해도 후순위 채권자인 세입자는 거의 가져갈 수 없는 상황이다. 원 장관은 “(공공매입 임대가) 국민 세금으로 선순위 채권자들에게만 좋은 일을 하는 것을 국민들이 동의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데다 피해자별로 원하는 회수 수준이 다를 수 있어서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원 장관도 “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이 보증금의 50%인데 이를 피해자들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전세사기 대책 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당내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경매 일시 중단 조치뿐 아니라 피해자 구제 특별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가 뒤늦게 피해 구제 입법에 박차를 가하는 건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심각해졌다는 공통된 인식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원내 제1당인 민주당도 ‘전세사기 문제가 이토록 심각해질 때까지 정치권이 신경 쓰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기현 대표와 TF 구성원은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