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TV 화면 캡처 사진에 예멘 수도 사나의 한 구호품 배급소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현장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이 구호소에서 상인들이 예정에 없던 돈을 나눠주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최소 78명이 숨지고 220여 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목격자들은 후티 반군이 군중 통제를 위해 공중에 총을 쏜 것이 전선을 건드려 폭발하면서 이에 놀란 군중이 한곳으로 몰려 사고가 일어났다고도 증언했다. 2023.04.20. 사나=AP/뉴시스
내전 중인 중동 국가 예멘에서 현금을 나눠주는 행사에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리며 최소 78명이 깔려 숨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슬람 성월(星月)인 라마단 마지막 날을 앞둔 19일(현지 시간) 예멘 수도 사나의 한 학교에서 열린 현금 지급 자선행사에 수백 명이 몰리며 적어도 78명이 압사하고 73명이 다쳤다. 중상자도 적지 않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 이 행사에서 1인당 9000예멘 리알(약 1만2000원)을 나눠준다는 소식을 듣고 온 사람들이었다. 2014년부터 내전을 치르고 있는 예멘은 2021년 기준 1인당 구매력평가지수(PPP) 2078달러로 세계 191개국 가운데 13번째로 가난한 나라다.
목격자들은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후티 반군 측이 사람들을 통제한다면서 허공을 향해 총을 쏴댄 것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총에 맞은 한 전신주 변압기가 폭발하자 당황한 군중이 다른 한쪽으로 더욱 몰렸다는 것이다.
후티 반군 측은 이날 자선행사를 주최한 상인 2명을 체포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사고로 가족을 잃은 가족과 부상자에게는 각각 2000달러(약 266만 원), 400달러(약 53만 원)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예멘은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이 2014년 사나에서 친(親)사우디아라비아 성향 정부를 몰아낸 뒤 8년 넘게 내전과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며 상황이 악화됐고 주민들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내전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는 15만 명에 이르며 예멘 인구 약 70%인 2100만 명이 구호 대상이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