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열 사회부 차장
헝가리 부다페스트엔 다뉴브강이 흐른다. 강가를 걷다 보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수교라는 세체니 다리가 보이고, 부다 왕궁 등 옛 궁이 모여 있는 ‘왕궁의 언덕’도 한눈에 들어온다. 부다페스트의 랜드마크이자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의회의사당)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헝가리 국회의사당도 강가에 있다.
어둠이 내리면 부다페스트는 전혀 다른 도시가 된다. 세체니 다리, 부다 왕궁, 국회의사당 등 랜드마크 건물들이 모두 화려한 조명으로 물든다. 전 세계에서 모인 여행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순간이다. 강가에 모인 여행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를 꺼내 든다. 특히 국회의사당 맞은편은 ‘인생샷’을 남기려는 여행객들로 종일 북적인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다뉴브강에서 즐기려는 여행객들은 유람선이나 크루즈를 타도 괜찮다. 다뉴브강의 폭은 350m에 불과하지만 관광용 선박뿐 아니라 화물선 등 각종 대형 선박이 운항한다. 독일 남부에서 발원해 흑해까지 2850㎞를 흐르는 다뉴브강이 헝가리 최고의 관광상품이자 ‘유럽의 젖줄’로 불리는 이유다.
5000t급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는 ‘서울항’도 2026년 여의도에 조성된다. 서울항이 생기면 한강에서 서해로 나가 제주도까지 가는 크루즈 관광이 가능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2028년엔 세관·출입국·검역 기능을 갖춘 국제항으로 탈바꿈한다. 중국 관광객이 배를 타고 서울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강에서 배를 타고 뭘 감상할 수 있나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일단 도심 내부와 건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강의 폭이 1㎞ 안팎이라 너무 넓기 때문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63빌딩 등 마천루, 멀찍이 보이는 남산타워와 한강 다리 정도를 제외하면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그리고 아파트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풍경을 감상해야 한다. 서울시민이 한 번은 한강 유람선을 타지만, 두 번 타기는 망설이는 이유다. 경인아라뱃길에서 자전거를 타본 사람들도 “즐길 풍경이 없어 자전거 페달만 열심히 돌리고 왔다”고 입을 모은다. 다뉴브강 국회의사당이나 템스강 웨스트민스터 궁전 같은 세계적 랜드마크도 한강에선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우려를 감안한 듯 서울시는 한강변 층수 제한(35층)을 폐지해 스카이라인을 다양화하고, 혁신 디자인 건축물에 파격적인 용적률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대관람차 ‘서울링’, 여의도 제2세종문화회관과 노들예술섬, 한강 곤돌라 등 각종 랜드마크 건립 계획도 속속 발표했다. 그러나 한강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한강과 어우러지는 콘텐츠를 조성하는 방안이 ‘그레이트 한강’에는 더 담겨야 한다. 서울시가 더 깊이 고민하고 분발하길 기대한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