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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실전투자]경매 때 세입자 배당요구, 계약해지 의사로 봐

입력 | 2023-04-21 03:00:00

우선변제권 갖추면 배당요구 가능
종기일 이후엔 배당요구 철회 안돼
세입자 명도 거부하면 강제집행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맞벌이 부부 A 씨는 경매로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출퇴근이 용이한 수도권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던 중, 올해 5월 3차 매각기일을 앞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아파트를 발견했다. 3차 최저 입찰가격은 4억670만 원으로 1차 감정가 8억3000만 원 대비 49% 수준이었다. 시세 기준으로도 2억 원 정도 싸게 매수할 기회로 보였다.

등기부를 확인해 보니 1순위 가압류, 2순위 가압류, 3순위 가압류, 4순위 강제경매 순으로 모두 경매로 소멸하는 권리로 보였다. 또한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임대차 기간이 1년 정도 남아 있었다. 다행히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임차인은 배당을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경매 초보자라 권리분석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리고 임차인이 배당 요구를 철회하면 보증금을 부담해야 하는 건 아닌지, 임대차 기간을 계속 주장하면 명도에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신한옥션SA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아파트 매각 건수는 196건으로 지난해 3월 말(99건) 대비 97건이 증가했다. 반면 매각건율은 23.47%, 매각가율은 76.95%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87%포인트, 15.98%포인트 떨어졌다. 매각 물건이 증가하면서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권리분석의 어려움 때문에 경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아파트에 공시된 권리는 1순위부터 3순위까지 가압류와 4순위 강제경매 순이다. 기준권리는 1순위인 ‘가압류’인데 이는 경매로 소멸한다. 또한 민사집행법에 따라 기준권리보다 뒤에 나오는 권리도 모두 소멸한다. 따라서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는 없다.

한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세입자는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할 수 있다. 그러면 매각대금에서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다. 만약 세입자가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지 못하는 때에는 잔여 보증금이 곧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가 된다. 세입자가 배당요구를 하게 되면 배당요구종기일 이전에는 얼마든지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배당요구종기일 이후에는 취소할 수 없다. 즉, 배당요구에 따라 매수인이 인수해야 할 부담이 바뀌는 경우 배당요구를 한 채권자는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뒤에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

대항력이 있는 세입자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전 경매법원에 배당요구를 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경매법원이 이 사실을 임대인에게 통지하면 세입자의 계약 해지 의사가 경매법원을 통해 임대인에게 전달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임대차 관계는 배당요구 사실이 통지된 때에 해지로 종료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매법원에 배당요구를 하는 것은 스스로 임대차 관계의 존속을 원하지 않는 것을 명백히 표시하는 것이어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임대차 해지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세입자가 배당요구종기일이 지난 뒤 배당을 철회해 매수인에게 부담을 줄 수는 없다. 게다가 세입자 배당요구 자체가 계약 해지 의사표시로 간주되기 때문에 임대차 기간이 남았다는 이유로 아파트 명도를 거부할 수는 없다. 만약 임차인이 명도를 거부할 때는 인도명령 신청을 하고 그 결정을 받아 강제집행을 통해 아파트를 인도받으면 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