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 씨가 서울 중구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2008년 철인 3종을 시작해 지금까지 ‘철인 코스’만 31번을 완주한 그는 2021년 한 달 반만 운동하고 보디피트니스대회에 출전해 시니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방이 없고 근육이 선명해 이룬 성과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종구 기자
“2008년에 우연히 TV에서 철인3종에 도전했다가 완주하지 못한 사람 스토리를 봤어요. ‘저게 그렇게 힘든가? 나도 해볼까’란 생각에 시작했죠.”
경기 구리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민선 씨(59)는 지금까지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31번 완주했다. 철인3종을 시작한 뒤 1년 만인 2009년 7월 처음 도전해 15시간13분16초에 완주했고, 세 달 뒤 12시간33분23초로 약 3시간을 단축했다. 최고기록은 2010년 세운 11시간12분26초. 그는 “달리는 대회마다 코스가 다르기 때문에 최고기록은 의미 없다. 그냥 즐길 뿐”이라고 했다.
“뭔가 도전하고 싶었어요. 철인3종을 하기 전까진 스키와 수상스키도 타긴 했지만 운동에 진심은 아니었죠. 그냥 친구들하고 놀러 가는 수준이었죠. 철인3종을 하다 보니 몸은 피곤한데 정신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몸도 건강해지고 잡생각이 없어져요.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도 바뀌었죠. 노력하지 않고 얻는 것은 절대 없습니다.”
2014년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했다. “세계 최고의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다”며 도전했고 성공한 것이다. 2013년 일본 대회에서 12시간24분58초를 기록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시차 적응 등에 실패해 14시간27분53초로 연령대별 51위를 했지만 하와이를 맘껏 즐기고 왔다. 김 씨는 지난해에도 하와이 세계선수권대회를 완주했다. 2018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출전권을 획득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탓에 출전하지 못하다 다녀왔다. 요즘 김 씨는 대회 출전을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철인3종 대회 출전으로 14개국을 다녀왔다. 그는 국제대회 출전을 ‘철인 여행’으로 불렀다. 대회 출전과 여행까지 약 2주를 잡는다. 4, 5일 대회 준비 및 출전에 매진하고 나머지는 그 나라 구경에 할애한다.
그의 하루는 오전 4시 40분에 시작된다. 일어나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가 오전 6시부터 8∼9시까지 운동을 한다. 수요일엔 수영을 하고 월금, 화목으로 나눠 달리기와 고정식 자전거 타기를 번갈아 한다. 주말에 시간 날 땐 야외에서 장거리 달리기나 사이클을 탄다. “대회 출전을 잡아놓으면 최소 6개월 전이나 1년 전부터 훈련에 들어간다”고 했다. 12시간 이상 달리기 위해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는 “이젠 순위보다 즐기는 데 초점을 둬 천천히 달리지만 그래도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레이스가 정말 힘들다”고 했다.
김 씨는 최근 근육운동도 시작했다. 피트니스센터 코치의 권유로 한 달 반 준비해서 2021년 6월 나간 WNC 시그니처 보디피트니스대회에 출전해 여자 스포츠모델 시니어 부문 1위를 차지한 게 계기가 됐다. 철인3종을 오래 해서인지 지방이 없고 근육이 선명해 우승할 수 있었다. 그의 체지방률은 15%도 안 된다. 근육운동은 또 다른 재미를 줬다. 힘도 붙고 자세도 좋아졌다. 부상도 방지해 줬다. 김 씨는 2급 보디빌딩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공부도 시작했다.
“나이 들면서 시니어 전문 피트니스 지도자로 활동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같은 나이대여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운동하면서 돈도 벌어 ‘일석이조’이기도 하고요.”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