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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속 집값 하락… 美 임대거주 M세대 25% “집 살 계획 없다”

입력 | 2023-04-21 03:00:00

밀레니얼 세대 자가 보유 51%
기성세대보다 내집마련 속도 늦어
집 마련한 상당수도 빚더미 올라
“절반이 한달 벌어 한달 먹고살아”




미국에서 밀레니얼 세대, 즉 30대 안팎 인구의 ‘내 집 마련’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청년층 절반이 자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주택을 매입한 청년들은 우리나라 ‘영끌족’들처럼 집값 하락과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고, 집이 없는 절반은 주택 구매를 포기하는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 보도했다.



● 美 밀레니얼, 韓 ‘영끌족’과 같은 처지

미 인구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1981∼1996년 출생한 미국인(올해 기준 27∼42세·밀레니얼 세대)의 자가 보유 비율이 지난해 51.5%를 기록했다. 미국 청년층의 자가 보유율은 우리나라 30대의 2021년 자가 보유율(25%)과 비교해 높다. 하지만 미국 내의 기성세대들에 비하면 내 집 마련 속도가 늦다. 미 부동산정보업체 ‘아파트먼트 리스트’에 따르면 30세에 주택을 보유한 비율은 밀레니얼 세대가 42%였다. 이에 비해 바로 위 세대인 X세대는 48%, 그 위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는 51%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성인이 된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안정기에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롭 워녹 아파트먼트 리스트 선임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는 금융위기의 타격을 크게 입었고, 이후 경제 회복기에도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진출하면서 주택 구입이나 출산 등 주요 이벤트들을 미룬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 구입 증가는 대도시에서 두드러졌다. 미 부동산정보업체 ‘렌트카페’는 대도시 110곳을 분석한 결과 29곳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보유 주택이 지난 5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분석했다. 렌트카페는 이 세대의 중간소득이 5년 새 44% 늘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들이 팬데믹 기간에 부모와 같이 살거나 이사를 미루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저축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이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1, 2년 새 집을 마련한 밀레니얼 세대는 우리나라 영끌족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미 부동산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주택 중간값은 지난해보다 3.3% 하락해 2012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2020년 2∼3%대였던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6%가 넘는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빚더미에 올랐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부채는 지난해 4분기(10∼12월) 3조8000억 달러(약 5027조 원) 이상으로, 3년 새 27%가 늘었다. 싯카 퍼시픽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마이크 셰들록 투자고문은 “지금은 주택 구입의 ‘가성비’가 역사상 가장 낮아졌다. 많은 주택 구매자들이 사실상 집에 갇히게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 내 집 마련 못 한 청년 상당수 “구매 포기”
아직 내 집을 갖지 못한 ‘나머지 절반’은 비관론이 더 강해지고 있다. 아파트먼트 리스트가 현재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앞으로도 집을 살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4.7%였다. 3년 전 13.3%에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집을 사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들 역시 3명 중 2명꼴로 보증금 마련을 위한 저축 계좌가 없었다. 집을 사기 위한 저축액이 1만 달러(약 1300만 원) 이상인 사람은 15%에 불과했다.

워녹 연구원은 “많은 밀레니얼 세대들은 팬데믹 초반 초저금리가 이어질 때 대규모로 주택을 매입했지만 이는 ‘반짝’ 현상에 그쳤다. 이때 집을 살 수 없었던 중하위층 밀레니얼들은 이후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자 더욱 경제적 여력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이들의 비율이 거의 5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