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내전에 극심한 경제난 “반군이 허공에 총 쏜뒤 사태 악화”
예멘 구호품 배급소에 몰려든 수백 명 인파 내전 중인 중동 국가 예멘 수도 사나의 한 구호품 배급소에서 19일 자선행사가 열리자 좁은 공간에 수백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렸다. 그로 인한 대규모 압사 사태로 최소 78명이 숨졌다. 후티 반군이 배급소로 몰려드는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허공에 총격을 가한 것이 혼란을 키웠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사나=AP 뉴시스
내전 중인 중동 국가 예멘에서 현금을 나눠주는 행사에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리며 최소 78명이 깔려 숨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 마지막 날을 앞둔 19일 예멘 수도 사나의 한 학교에서 열린 현금 지급 자선행사에 수백 명이 몰리며 적어도 78명이 압사하고 73명이 다쳤다. 중상자도 적지 않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이 행사에서 1인당 9000예멘리알(약 1만2000원)을 나눠준다는 소식을 듣고 온 사람들이었다. 2014년부터 내전을 치르고 있는 예멘은 2021년 기준 1인당 구매력평가지수(PPP) 국내총생산(GDP) 2078달러로 세계 191개국 가운데 13번째로 가난한 나라다.
목격자들은 이 지역을 장악한 후티 반군 측이 사람들을 통제한다면서 허공을 향해 총을 쏴댄 것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전신주 변압기가 총에 맞아 폭발하자 당황한 군중이 다른 한쪽으로 더욱 몰렸다는 것이다.
후티 반군 측은 이날 자선행사를 주최한 상인 2명을 체포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사고로 가족을 잃은 가족과 부상자에게는 각각 2000달러(약 266만 원), 400달러(약 53만 원)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예멘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2014년 사나에서 친(親)사우디아라비아 성향의 정부를 몰아낸 뒤 8년 넘게 내전과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며 상황이 악화됐고 주민들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내전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는 15만 명에 이르며 예멘 인구의 약 70%인 2100만 명이 구호 대상이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