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화성-고양-남양주시 등 7곳 반도체 대기업-산업단지 내세워 첨단특화단지 설립 최적지 강조 선정 시 인프라 구축 등 지원받아
“이렇게 많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나설 줄 몰랐다.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이다.”
경기도 고위관계자는 도내 기초지자체 31곳 중 7곳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첨단특화단지) 공모에 신청한 걸 두고 이같이 말했다. 경기도에선 2월 말 마감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첨단특화단지 공모에 고양·남양주·화성·용인·이천·평택·안성시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것도 모두 반도체 분야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이끌 첨단특화단지로 선정되면 △인허가 간소화 △연구개발(R&D) 예산 우선 배정 △인프라 구축 등의 지원을 받는다. 이 때문에 첨단특화단지 선정 결과에 따라 경기도 내 산업지도가 바뀔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한 경기도 관계자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비수도권 안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니 도내 지자체가 얼마나 선정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경기도 입장에서 특정 기초지자체만 밀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했다.
● 입주 대기업 내세워 ‘우리가 적합지’
먼저 용인시는 플랫폼시티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원삼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로 이어지는 ‘L자형 반도체 벨트’를 기반으로 560만 ㎡(약 170만 평) 규모의 첨단특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조직개편을 통해 시에 반도체1·2과를 설치했다. 남사∼이동∼원삼∼백암을 경유하며 용인 남부 동서축을 잇는 ‘반도체 고속도로’ 건설도 추진 중이다.
특히 2월 삼성전자가 300조 원을 투자해 용인 남사읍에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곳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게 첨단특화단지 선정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함께 첨단특화단지를 유치해 ‘세계 반도체 1번지’로 우뚝 서겠다”고 했다.
평택시는 메모리반도체 생산 라인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설을 모두 갖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도체 연구와 제조, 성과 도출이 즉시 가능하다는 것이다. KAIST 평택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연구센터 등 우수한 반도체 인력 양성 시스템을 보유한 것도 강점이다.
화성시 역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관내 소재·부품·장비 반도체 기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내년까지 반도체 클러스터 ‘화성 뉴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란 점도 내세운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첨단특화단지를 유치해 삼성전자 및 ASML 등과 함께 화성시를 글로벌 반도체 메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일반 산단을 첨단특화단지로 업그레이드
남양주·고양·안성시는 기존 산업단지를 첨단특화단지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남양주시는 왕숙도시첨단산업단지(140만 ㎡)중 약 18만 ㎡(약 5만4545평) 규모에 팹리스(반도체 설계) 관련 첨단특화단지 유치를 추진 중이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직접 찾고,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을 만나며 “첨단특화단지에 선정되면 팹리스 기업 200개를 유치할 수 있다”고 강조 중이다.
고양시는 356만 ㎡(약 108만 평) 규모로 조성 중인 ‘JDS지구’(장항동, 대화동, 송산·송포동)를 첨단특화단지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접한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첨단특화단지를 유치해 혁신 기업과 창의적 인재들이 모이는 경제특례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