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당정, 우선매수권 등 구제책 협의 여야 27일 본회의 처리도 불투명 피해자대책위 “실효성 떨어져”
전세사기 피해자가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갈 때 피해자에게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경매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피해자 채무를 줄여주거나 상환을 유예해주는 특례 방안도 검토된다. 경매 유예에 이어 우선매수권, 채무 조정, 대출 지원 등 전방위 피해 구제책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를 최대한 막으려는 취지다.
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불확실한 데다 실제 피해 구제 효과가 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권도 관련 입법을 추진하지만 사안별로 미묘하게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입법에 시일이 걸려 ‘늑장 대책’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20일 국회에서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 지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피해 주택 경매 때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거주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낙찰대금을 마련하도록 저금리의 대출을 충분한 거치기간을 두고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여야 정책위의장이 21일 만나 27일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7일 본회의까지 우선매수권 부여에 필요한 법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떤 법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다, 우선매수권 부여에 따른 경매 낙찰 자금과 관련한 자금을 지원한다는 가닥만 잡았을 뿐 재원 마련 방안이나 각종 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같은 대책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보증금을 떼이고 기존 전세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살던 주택을 낙찰받으면 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등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날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효성이 매우 떨어지는 ‘보여주기식’ 일방적인 대책”이라고 반발했다.
경찰청은 이날 조직적 전세사기 범죄에 대해 ‘사기죄’가 아닌 ‘범죄단체조직 및 활동죄’를 적용해 악성 임대인 엄벌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경우 사형·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하고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