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돈봉투 의혹’ 스폰서로 지목된 김모 씨 인터뷰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에서 이른바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모 씨가 돈봉투 조성 및 전달책으로 꼽히는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나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검찰이 강제수사에 들어가자 강 회장이 다급하게 김 씨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강 회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김 씨를 회유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씨는 20일 저녁 동아일보와 만나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전당대회에 쓸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전화를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으로부터는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연락을 받은 적 조차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 씨는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있기 세달 전 쯤 하던 사업에서 4억 원 정도 사기를 당해 정말 힘든 상황이었다”며 “그때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돈을 좀 지원해달라는 전화가 왔는데 ‘내가 (송)영길이랑 오랜 친구고 더 친한데 왜 당신을 통해 주느냐’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영길이와 오랜 친구 사이’여서 중간에 다리를 놔줄 사람이 필요 없다는 점을 말하는 게 그가 평소 쓰는 ‘거절’ 방법이라는 것이다.
2022.9.27 뉴스1
그는 자신에 대해 강남 지역에서 30여년간 오래 사업을 해왔다고 소개하면서 소위 ‘강남좌파’로 불렸다고 했다. 81학번 운동권 출신으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586 의원들과는 막역한 사이라고도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운동권을 떠난 뒤 부채감이 생겼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동지’들을 외면하기 어려워 여유가 생기면 국회의원이 된 운동권 친구들에게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사정이 어려운 의원들의 경우 공식 후원금 계좌로 얼마씩 후원금을 낸 적은 많다”며 “그렇지만 검은 돈을 준 적은 없다. 송영길 전당대회 캠프에 가서 직접 몇명을 만나 밥을 사 준적이 있을 뿐”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전 부총장과의 인연에 대해선 “내가 강남에서 사업을 오래 해 굉장한 부자인데다 민주당 성향이라고 소문이 났나보다. 이 전 부총장이 10년여 전 쯤 나를 찾아와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총장과는 동갑내기라 친구가 됐고 강 회장의 경우 서울 반포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이라 인연을 맺어왔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자신이 재력가라는 소문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내가 돈이 아주 많은 줄 알지만 사기를 당해 압류를 당하는 등 사정이 좋지 못하다”며 “평소 주변에 인색하지 않으니 돈을 달라고 하면 줄 것이라고 마치 ‘호구’로 생각한 듯 하다”고 토로했다.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강래구 위원 페이스북)
검찰은 다음주 중 김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자금 출처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