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김영옥 지음/284쪽·1만7500원·위즈덤하우스
누구나 ‘처음’ 늙는다. 조그맣게 굽어진 어깨와 삐걱대는 걸음걸이, 희미해지는 기억력이 내게도 다가올 일이라고 머리로는 알지만, 내가 노인이 된다니…. 낯설고 두려운 일이다.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공동대표인 저자는 누구에게나 ‘처음으로 자리를 양보받는 날’이 오지만 우리 사회가 노인에 대해 갖는 인식이 일천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각계 11명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늙어감’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사회의 역할에 대해 성찰한다.
저자는 늙는 일을 ‘선행 학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인은 외계인 같은 존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신체적 변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선행 학습을 위해서는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지’를 스스로 질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성찰은 노인들과 연결되는 경험을 통해 깊어질 수 있다.
2부 ‘테두리를 넓히는 사람들’에서는 장애 여성 인권활동가, 노숙인을 위한 행동가 등 불평등과 싸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들의 사례는 ‘늙어감’과 떼어놓을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노숙인들은 훨씬 젊은 나이에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장애인 역시 신체적 특징이 노인과 유사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이 겪는 차별과 혐오를 통해 우리 사회가 노인에게 가하는 차별에 대해 다시금 고찰하는 한편 성찰을 촉구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