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진 지음·알렙
세상 그 어떤 상대도 다 녹여 낼 듯한 눈빛은 제 자식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강렬했다. 순식간에 무언가에 압도당한 듯한, 그 압도당한 무언가를 위한, 물불 안 가리는 전사가 된 듯한 또 하나의 존재가 출현한 것 같았다. “날 죽이려는 거지, 다 날 죽일라고. 이런 나쁜…. 내가 모를 줄 알고!” 커다란 고함과 함께 엄마는 내 목에 둘러져 있던 긴 스카프를 어마어마한 힘으로 잡아당겼다.
조현병을 앓는 엄마를 돌본 경험을 쓴 여성의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