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4일 방미 출국 앞 北中러와 동시충돌 ‘한반도 격랑’ 韓, 中대사 불러 항의하자 中도 맞불… ‘대만 갈등’ 격화
왼쪽부터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미국 대통령.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와 북-중-러 관계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군사정찰위성 1호기 완성 사실을 밝힌 북한은 24일 출국하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전후해 도발 버튼을 누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을 겨냥해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밝힌 윤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노골적으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중 갈등 심화 속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더욱 격화된 신냉전 기류 속에 한국도 본격적으로 편입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1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윤 대통령이 공을 들인 한일 관계까지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취임 1년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진정한 외교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발언을 둘러싼 긴장도 증폭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의 보복 가능성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러시아에 거주 중인 한인 피해 등을 우려해 주요 지역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미국은 오히려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가 한국에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한국과 조약 동맹을 맺고 있다. 우리는 이 약속을 매우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尹-바이든 ‘대만-우크라’도 논의… 대통령실 “中-러에 할말은 할것”
北中러 파상공세… 尹외교 시험대
“文정부 ‘전략적 모호성’ 틀 바꿔야… 한미일 공조가 더 중요해진 시점”
中-러와 갈등 속 정면돌파 나서
“한반도 안보에 위험한 선택” 우려도
“文정부 ‘전략적 모호성’ 틀 바꿔야… 한미일 공조가 더 중요해진 시점”
中-러와 갈등 속 정면돌파 나서
“한반도 안보에 위험한 선택” 우려도
한국이 신냉전 구도에 한 발 더 들이게 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미국 중심 동맹 열차의 앞자리에 올라타야 동맹 구도에서 소외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북한과 대치 중인 한반도 특수성을 고려할 때 중-러와 각을 세우는 건 위험한 선택”이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 “文정부 저자세 외교…할 말 하는 게 정상적 관계”
다만 대통령실은 최근 중-러에 대한 윤 대통령 발언이나 정부 대응이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지난해 새 정부 출범 뒤 유지된 기조와 비교해도 다소 강경해진 건 인정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땐 ‘중국은 큰 산이고 우리는 작은 봉우리’라는 식의 저자세 외교를 펼쳐왔다”며 “할 말은 하는 게 정상적인 관계”라고 강조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제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를 상대할 때도 국민들이 보기에 비정상적인 상황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선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한미 간 협력, 한미일 안보 강화, 우크라이나 지원 등 문제와 관련해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이슈를 말한다고 할 때 우크라이나 현상, 국제질서 동향 등을 (정상들이) 말씀하실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심화된 신냉전 구도의 색깔이 다양한 의제에 묻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중 사이 애매한 태도,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최근 러시아에서 나온 위협 발언들이 “한국을 적국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지 교민이나 러시아를 여행하는 한국인들을 상대로 보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북-중-러는 모두 세계적인 핵 강국”이라며 “미국의 핵우산만 믿는 건 무책임하다”고도 했다.
반면 다른 외교 소식통은 “서방 동맹을 이끄는 미국이 중-러에 대놓고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 최소한의 파이도 챙기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때처럼 ‘회색 지대’ 전략으로 일관하면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부터 소외될 것”이라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