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사일 모방 추정… 수년 내 美 본토 기습 타격 능력 확보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딸 주애(왼쪽)와 함께 4월 13일 ‘화성-18형’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했다.뉴시스
화성-18형, 러시아 ‘토폴-M’과 유사
북한은 4월 13일 고체연료 방식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뉴시스
북한은 2017년 이른바 ‘태양절’ 열병식에서 기존 장거리미사일과는 전혀 다른 외형의 캐니스터형 미사일을 공개했다. 그러면서도 미사일 명칭이나 제원은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을 샀다. 이번에 발사한 화성-18형은 당시 공개된 미사일의 개량형으로, 올해 2월 8일 열병식에서 다소 변형된 모습으로 등장해 시험발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화성-18형의 구체적인 제원이 공개된 적은 없지만, 발사 차량은 과거 중국으로부터 밀수한 WS512000 모델의 북한 현지 생산형으로 보인다. WS512000 모델의 크기를 감안해 화성-18형 제원을 추정하면 길이는 약 20m, 미사일 캐니스터 지름은 2m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DF-41이나 러시아 토폴-M(Topol-M)과 비슷한 크기다.
이번 미사일 발사 원점은 평양 강동군의 대동강 인근 평지다. 발사 좌표로 특정된 지점의 인근에는 지하시설이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 낮은 산이 하나 있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서 발사 전 미사일이 은폐한 지하 갱도는 바로 이 산에 있는 지하시설로 추정된다. 갱도에서 나와 발사진지로 이동한 화성-18형은 과거 액체연료 방식의 ICBM과 달리 연료·산화제 주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립 후 곧바로 발사됐다.
北 고체연료 미사일, 아직 효율성 낮지만…
북한이 모방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토폴-M’ 미사일. 뉴시스
화성-18형의 사거리는 구체적인 비행 제원이 공개돼야 추산할 수 있다. 지금보다 정점 고도를 더 높이고, 발사체에서 분리된 탄두부의 안정적인 재진입 능력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화성-18형은 아직 미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은 미사일 기술 발전에서 이전 수십 년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성과를 냈다. 이런 추세라면 북한은 수년 내로 미국 본토를 기습 타격할 고체연료 ICBM을 실전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미국도 북한의 직접적인 미사일 위협에 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북한은 자기네 ‘헌법’보다 상위 규범인 조선노동당 규약에 한반도 무력 통일을 명문화했다. 명백한 대한민국의 적이다. 더 나아가 한국은 물론, 일본을 상대로 유사시 대량의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천명했다. 실제로 그럴 수 있는 능력도 거의 완성한 상태다. 우리를 말살하겠다는 의지와 수단이 충만한 적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은 그에 대항할 통일된 의지도, 적절한 수단도 없는 상태다.
유사시 미국의 한반도 개입 차단 의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내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는 “정부가 한반도 군비 증강을 부채질한다”며 반대해왔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고자 공동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하면 난데없이 친일 프레임을 걸며 비난했다. 결국 한국은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제라는 것을 구축하고 있다. 문제는 KAMD체제로는 실제 요격 자산이 배치된 공군기지와 도시에 떨어지는 탄도탄 몇 발을 겨우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사시 도시 한 곳에 대구경 방사포와 뒤섞여 수십 발씩 떨어질 북한 미사일 공격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美 주도 MD 동참, 우리 의지 중요
미국이 주도하는 MD체제에 동참할 길은 아직 열려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지다. 북한 위협이 심화하면서 이지스함 개량과 SM-3급 미사일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한국은 북한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출 재정적 여력이 있음에도 지난 20여 년간 스스로 이를 포기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적 위협 앞에 방치해둔 셈이다. 최근 한국 군 당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실시한 훈련에 대해 “해군의 탄도미사일 대응 능력과 태세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실전적 훈련을 통해 작전 대비 태세를 확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설명과 달리 북한이 실제 탄도미사일을 쏘면 눈 뜨고 멀뚱멀뚱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와 군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킬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한시라도 빨리 한미일 연합 MD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 실기(失期)하면 대한민국 국민은 북한 의도대로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며 살아야 한다.<이 기사는 주간동아 1386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