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간 유혈충돌이 9일 째 이어지며 현지 교민과 외교관들의 안전에 위협이 커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대탈출’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교민 28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육군 특수전사령부 병력이 탄 공군 수송기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있는 청해부대를 현지로 급파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요르단 등은 이미 수단 내 자국민을 탈출시켰거나 작전을 진행 중이다.
● 수단 교민 28명 대사관에 모여 탈출 대기
23일(현지 시간) 현재 수단 내 한국 교민 28명은 수도 하르툼 현지 대사관으로 이동해 대기 중이다. 남궁환 주 수단대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8명 모두 대사관에 있고 안전하다”며 “수단 국적인 1명은 군 수송기를 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대사관으로 오지 않았고 28명만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당 미군 기지는 하트룸에서 직선거리로 1200km가량 떨어져 있다. 대사관에 대기 중인 교민들을 수단에서 지부티까지 어떻게 이동시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 대사는 “(외교부) 본부에 계속 의견을 개진하고 있지만 (구출 방법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교민들이 지부티까지 안전하게 올 수 있는 육로나 항공편 등을 모두 알아보고 있다”며 “교민들이 지부티 미군기지에 도착한 뒤 공군 수송기가 이들을 태워 이륙한다고 해도 안전 문제로 이륙 한참 뒤에애 이륙 사실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교민들이 수송기를 탈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아덴만 해역에서 작전 중인 우리 군 파병부대인 청해부대를 수단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교민 안전 확보를 위해 청해부대를 급파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22일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현지 상황 관련 보고를 받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수송기를 이용한 구출이 여의치 않을 경우 청해부대의 충무공이순신함을 이용한 ‘뱃길 구출’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미국 사우디는 일부 대피작전 완료
각국 정부도 재빠르게 자국민 탈출을 위한 긴급 작전에 돌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성명을 통해 “오늘 하트룸에서 미 외교관과 가족, 교민들을 철수시키는 미군 작전이 시행됐다. 그들을 안전하게 데려온 우리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작전으로 수단을 빠져나온 미국인은 7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정부 역시 이날 수단에 있던 자국만 91명을 포함해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12개국 국민 157명이 수단을 벗어나 사우디 제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도 하트룸에서 동북쪽으로 약 840km 떨어진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을 이용한 뱃길을 통해 수단을 탈출했다.
이밖에도 요르단 정부와 프랑스 역시 수단 내 자국민을 탈출시키기 위한 긴급 작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지부티 미군기지에 수송기를 파견한 일본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탈출을 준비 중이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