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Woke).’
2024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이 표현을 두고 ‘문화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워크는 원래 흑인과 성소수자 등 약자에 대한 차별에 깨어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보수 진영이나 매체에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집착하는 이들을 조롱할 때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 케이 아이비 주지사(공화당)도 21일 주의 유아교육 수장인 바바라 쿠퍼를 해임하며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교육 현장에서 ‘워크 운동’은 좋은 교육과 관련이 없고 분열만 일으킨다. (인종이나 성 등 논쟁적인 주제를) 영유아는 물론, 모든 연령대의 교실에서 세뇌시키려 해선 안 된다.”
● 대선 앞두고 ‘문화 전쟁’ 본격화
‘깨어난’, ‘각성한’이라는 뜻의 워크는 지난 수십 년 간 미국 내 인종차별 철폐운동에서 긍정적 의미로 쓰여 왔다. 하지만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보수 지지층에선 “백인도 역차별을 받고 있다”라는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인종, 낙태, 성정체성 등 진보 진영이 주도해온 의제들에 대해 누적돼온 피로감과 거부감이 터져 나온 것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용해 보수 표심을 자극했고, 공화당 후보들도 주요 선거에서 진보진영을 비난할 때 널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이란 단어가 비하 목적으로 쓰이게 된 것과도 유사하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반(反)워크’ 움직임은 교육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들은 미국 사회의 첨예한 이슈인 인종과 젠더 문제가 교육 현장에 침투해선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 디샌티스 등 공화당 인사들 집중 공격
‘워크’ 논란을 공론장으로 끌고 들어온 일등 공신은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워크를 비판하며 재선에 성공한 그는 이름부터 노골적인 ‘워크 중단’ 법에 서명했다. 학교나 기업 내에서 인종과 성 관련 논의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저학년에게 성적 취향이나 성정체성을 가르치는 것도 막았다.
공화당 소속인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도 “아이들에게 ‘인종’이란 렌즈를 통해 인생을 보도록 가르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각성’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부패시키려는 위협은 외부 위협보다 더 심각하다”고 썼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공화당 주자들은 보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워크를 적극적으로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에도 사회 전반에 퍼진 ‘깨어있는 척’에 지친 유권자가 상당하다는 점 역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