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빵!”
22일 오후 4시경 서울 종로구 홍익아트센터 앞 이화 사거리.
전방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자 우회전하려던 차량이 멈춰 섰다. 그러자 뒤에 있던 택시가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다. 이날부터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됐지만 ‘전방 적색 신호 시 우회전 전 일시 정지’ 의무를 지킨 차량이 오히려 항의를 받은 것이다.
실제로 이날 동아일보가 서울 시내 2곳에서 1시간 동안 관찰한 바에 따르면 적색신호 시 일시정지 의무를 지킨 차량은 3%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규정 위반이 단속에 적발되면 승합차 7만 원, 승용차 6만 원, 오토바이 4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 전방 적색 신호 규정 준수 3% 불과
이날부터 계도기간이 끝나 본격 단속이 시행된 규정은 ‘전방 적색 신호 시 우회전 전 일시 정지’와 ‘우회전 신호등 설치 시 녹색 화살표에만 우회전’ 등 2가지다.반면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은 상대적으로 새 규정이 잘 지켜지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30분 동안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로-성남대로 사거리에서 가천대 방면으로 우회전하는 차들을 지켜본 결과 78대 중 76대(97.4%)가 우회전 신호를 준수했다. 위반한 건 이륜차 2대뿐이었다. 한 운전자는 “우회전 신호등에서 녹색 화살표가 켜지면 우회전하면 되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헷갈릴 우려가 적다”고 했다.
문제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은 전국 13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차량 통행량이 가장 많은 서울에선 유일하게 동작구에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가 최근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됐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경기 지역에서도 태평로-성남대로 사거리를 포함해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장소가 2곳뿐이다.
● 시민들 “여전히 헷갈려”
시민 상당수는 지난해 7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 할 때 일시 정지’ 의무가 신설된 데 이어 반년 만에 다시 우회전 규제가 추가된 것을 두고 “적응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이화 사거리에서 만난 남모 씨(57)는 “일시 정지 의무가 생긴다는 뉴스는 봤지만 전방 신호와 관계 없이 우회전하는 습관이 남아 있어 당장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인근에서 만난 최모 씨(53)도 “단속이 시작된 줄 몰랐고 내용이 복잡해 아직도 규정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했다.
성남=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