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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온라인 방문자 1위’ 버즈피드의 뉴스 부문 폐업[횡설수설/송평인]

입력 | 2023-04-23 21:30:00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Buzzfeed)의 뉴스 사이트에는 20일 마지막 올려진 기사들이 남아 있다. ‘당신이 오늘 아침 읽을 필요가 있는 뉴스 모음’에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에 출연 중인 한국계 미국 배우 데이비드 최가 ‘나는 성공한 성폭행범’이라고 말했다는 자극적인 뉴스 등이 떠 있다.

▷2006년 ‘∼하는 몇 가지 방법’ 식의 콘텐츠 재가공으로 출발한 버즈피드는 2011년부터 전통 언론사인 ‘폴리티코’ 출신 편집장을 영입하면서 뉴스 서비스도 시작해 사이트 방문자 기준으로 그 수가 뉴욕타임스(NYT)를 넘어서기도 했다. NYT는 2014년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버즈피드를 언급했다. 한때 전 세계 온라인 방문자 수 1위였던 버즈피드가 20일로 뉴스 부문을 폐지했다.

▷버즈피드는 시작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매체로 그 사업은 계속 이어진다. 또 버즈피드가 2020년 인수한 인터넷 뉴스 매체 ‘허핑턴 포스트’를 통한 뉴스 제공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한때 NYT 등 대다수 전통 언론사들이 인터넷 시대의 롤모델로 삼았던 버즈피드가 뉴스 부문을 접었다는 소식은 버즈피드 식의 뉴스 생산과 유통이 10여 년 만에 효력을 다했음을 의미한다.

▷버즈피드에는 대개 인터넷 뉴스 매체가 그렇듯이 제목에 끌려 클릭을 해보면 제목에 미치지 못하는 내용의 뉴스가 많다. 이런 ‘낚시성 제목’을 다는 이유는 뻔하다. 더 많은 조회 수를 통해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함이다. 독자들은 처음에는 낚시를 당하지만 반복되면 결국 외면하고 만다. 버즈피드만이 아니라 복스(Vox), 인사이더(Insider), 바이스 월드 뉴스(VICE World News)도 위기에 처했다. 인터넷 뉴스의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전통 언론사에는 한 분야에서 오랜 취재 경험을 가진 기자들과 공정성을 재정적 안정성과 함께 지속가능한 조건으로 여기는 경영진이 있다. 인터넷 뉴스 매체에도 몇몇 경험 많은 기자들이 옮겨가서 일할 수 있고 실제 그렇게 한다. 그러나 버즈피드의 실패가 보여주듯 그런 매체들은 단기적 수익을 극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태어났고 그런 환경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계몽의 시대에 문을 연 것은 아카데미즘이지만 19∼20세기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진전시킨 것은 저널리즘이다. 전통적 언론도 점점 더 온라인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21세기에 저널리즘이 세상에 유익한 방식으로 계속 존재하느냐 마느냐는 독자들에게 달렸다.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에 노출된 젊은이들이 꼼수 뉴스와 편집으로부터 가치 있는 보도를 구별해 낼 수 있는 미디어 해독력을 갖도록 사회와 학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