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대출 ‘숨은 부실’ 우려 2금융권 부동산 PF 리스크 대비 적립금 늘려 선제적 관리 나서 순익 줄면 ‘돈 잔치’ 비판도 피할듯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향후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크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취약계층 지원을 연일 강조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주요 금융지주사는 1분기(1∼3월) 실적에 반영할 충당금을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충당금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미리 적립해두는 돈이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의 1분기 실적이 당장 이번 주 발표될 예정으로, 새로 적립되는 충당금은 은행권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정도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1분기 3017억 원을 신규 적립했다. 5대 금융지주도 같은 기간 7774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 말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누적 대손충당금 잔액은 각각 13조7608억 원, 8조7024억 원에 이르렀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충당금을 더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최근 3년간(2020∼2022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적용받은 소상공인 등의 대출이 연체율·부도율 등 지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만큼 ‘숨은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데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나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충당금을 늘려 순이익이 줄어들면 금융사들로서는 ‘돈 잔치’에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은 은행들이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에 따른 이익)에 힘입어 과도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 지원 종료와 PF 부실화 우려 등 리스크가 많은 만큼 은행권에서 충당금을 2배 이상 늘리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