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의 전광판에서 800선이 무너진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다시 성행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액이 10개월 만에 20조 원을 넘어섰다. 코스닥 시장은 올해 개인투자자 순매수의 절반 가까이가 빚일 정도다. 자산가격 폭등기에 부동산, 주식, 코인 등에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데, 다시 빚을 내 돈 벌자는 유혹이 고개를 들고 있어 우려스럽다.
주식 ‘빚투’는 과열 현상을 보이는 코스닥 시장에서 심각하다. 지난해 말 7조7600억 원이던 신용융자 잔액이 이달 들어 10조 원을 돌파했다. 시가총액이 5배인 유가증권 시장보다 빚이 더 많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늘어난 빚이 2조7000억 원으로, 개인투자자 순매수 금액의 45%에 이른다. 순매수 대비 빚의 비중은 주식 광풍이 불었던 2020년의 1.6배에 이를 정도로 유례없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은 27.9%나 올랐다. 이차전지 등 몇몇 종목이 급등세를 보이자 ‘나 혼자 소외될지 모른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빚을 내 투자한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단기간 대규모의 빚으로 끌어올린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위태롭다. 시장 조정이 본격화돼 반대매매 등으로 빚이 청산되는 상황이 오면 후폭풍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와 금리 인상을 경험하며 빚의 위험성을 절감했는데 최근 들어 경계심이 무뎌진 분위기다. 부채의 증가와 채무불이행이 한국 경제의 부실 뇌관이 되지 않도록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회생 불능에 몰린 차주들에겐 회복의 기회를 주면서도 기다리면 빚을 탕감해 줄 것이란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다시 한번 빚의 무서움을 되새길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