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교차로 3곳 조사해보니 적색 신호에 멈추자 뒤에서 ‘빵빵’… 시민 “여전히 헷갈려 적응 어렵다” 우회전 신호등 있는 곳은 97% 지켜… 규정 위반땐 승용차 범칙금 6만원
보행자 지나가는데 위험천만 경찰이 22일부터 ‘전방 적색 신호 시 우회전 전 일시 정지’ 위반 차량 단속을 시작한 가운데 23일 서울 시내 한 우회전 차로에서 한 차량이 일시 정지하지 않은 채 그대로 통과하고 있다. 뉴시스
“빵빵빵!”
22일 오후 4시경 서울 종로구 홍익아트센터 앞 이화 사거리.
실제로 이날 동아일보가 서울 시내 2곳에서 1시간 동안 관찰한 바에 따르면 적색 신호 시 일시정지 의무를 지킨 차량은 3%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규정 위반이 단속에 적발되면 승합차 7만 원, 승용차 6만 원, 오토바이 4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 전방 적색 신호 규정 준수 3% 불과
올 1월 새로 도입돼 3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쳤지만 현장에서 적색 신호 시 일시 정지 규정을 지키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이화 사거리에서 오후 4시부터 30분 동안 지켜본 결과 일시 정지 대상 차량 135대 중 실제로 정지한 차량은 3대(2.2%)에 불과했다.
반면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은 상대적으로 새 규정이 잘 지켜지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30분 동안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로-성남대로 사거리에서 가천대 방면으로 우회전하는 차들을 지켜본 결과 78대 중 76대(97.4%)가 우회전 신호를 준수했다. 위반한 건 이륜차 2대뿐이었다. 한 운전자는 “우회전 신호등에서 녹색 화살표가 켜지면 우회전하면 되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헷갈릴 우려가 적다”고 했다.
문제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은 전국에서 13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차량 통행량이 가장 많은 서울에선 유일하게 동작구에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가 최근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됐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경기 지역에서도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장소는 2곳뿐이다.
● 시민들 “여전히 헷갈려”
시민 상당수는 지난해 7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 할 때 일시 정지’ 의무가 신설된 데 이어 반년 만에 다시 우회전 규제가 추가된 것을 두고 “적응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전문가들은 바뀐 규정에 혼란스러워하는 시민이 많은 만큼 메시지를 단순화해 홍보하면서 동시에 우회전 신호등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정훈 아주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경찰이 설명을 너무 어렵게 하다 보니 운전자가 더 혼란스러워한다”며 “앞으로 ‘적색 신호에는 직진이든 우회전이든 무조건 정지’라는 식으로 메시지를 단순화하고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민들이 교차로 우회전 방법에 익숙해질때 까지 계도와 단속을 병행하되, 우회전 전용차로나 우회전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에 선별적으로 우회전 신호등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은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해 당분간은 보행자에게 직접적인 위험을 발생시키는 유형부터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성남=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