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안전점검 제대로 안해” 지적 市측 “30년 지나 원인 파악 어려워”
경기 성남시가 탄천을 지나는 백현교 등 16개 교량의 보행로를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겠다는 방침을 23일 밝혔다. 5일 정자교 보행로 붕괴 후 진행한 긴급 정밀안전진단에서 ‘불량(E)’ 또는 ‘미흡(D)’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남시는 6∼21일 탄천에 설치된 24개 다리 중 정자교와 같은 캔틸레버 방식(교량 보행로 아래 따로 지지대가 없고 차도와 붙어 지지되는 방식)으로 지어진 18개 교량을 대상으로 ‘정밀안전진단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양현교와 황새울교만 ‘보통(C)’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16개 다리는 ‘D’ 또는 ‘E’ 등급을 받았다.
보행로 재시공이 결정된 16개 교량은 모두 정자교(1993년)와 비슷한 1993, 1994년에 지어졌다. 16개 다리 중 오리·신기교를 제외한 14개 교량이 정자교처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한국토지개발공사가 발주했고, 1995년 자금난으로 문을 닫은 삼우기술단이 설계했다.
16개 다리에 대해 철거 후 재시공 결정이 내려진 걸 두고 그동안 점검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년 전 정밀안전진단검사에서 사송·야탑·하탑·방아·불정교 등 5개 다리는 ‘양호(B)’ 등급을, 서현·수내·금곡·백현·돌마·미금·구미·궁내교 등 8개는 ‘C’ 등급을 받았다. 나머지 오리·백궁·신기교는 3종 시설이라 정밀안전진단검사 대상이 아니었다.
문현철 숭실대 대학원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 2년 만에 ‘보통’ 등급의 교량이 ‘미흡’ 또는 ‘불량’ 등급을 받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과거 정밀안전점검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16개 교량이 준공된 지 30년가량 지나 설계 및 시공 불량인지, 아니면 이후 관리 부실인지 등을 따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