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키위 수입액 및 중량 역대 최대치… 98% 뉴질랜드산 제스프리, 품종 개발부터 생산, 유통까지 엄격 관리 韓, 제스프리 글로벌 4위 시장… 지난해 매출 2200억 맛, 품질, 영양이 인기 비결… 제스프리, 국내 마케팅 강화
뉴질랜드 키위 생산의 약 78%를 차지하는 베이오브플렌티에 위치한 테 푸키(Te Puke)에서 키위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팀 토르 씨(Tim Torr, 67).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2000년대 초반 국내 과일시장에는 망고를 필두로 수입과일 열풍이 불었다. 이미 1970년대부터 소비자들을 만난 망고지만,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한 망고주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다. 그러자 파인애플, 바나나, 석류 등 다른 수입과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키위도 그랬다. 특히 간편하게 숟가락으로 퍼먹을 수 있는 키위는 손님들에게 접대용으로 내놓기 손색없는 과일이었다.
2001년 개봉한 영화 ‘반지의 제왕’도 키위의 인기에 한몫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촬영지인 뉴질랜드에 관심이 쏠렸고, 자연스럽게 키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키위 수입액도 2000년 865만 달러에서 2007년 6983만 달러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7년 만에 수입액이 700%가 넘게 신장한 것이다. 수입중량도 5228t에서 3만4658t으로 늘었다.
키위 수입액은 2000년 865만 달러에서 2007년 6983만 달러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7년을 지나면서 점차 줄기 시작으나, 2014년 바닥을 찍은 후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키위 수입액(1억5895만 달러)과 수입중량(4만4351t)은 모두 역대 최고치다. 그래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하지만 2007년을 지나 키위 수입량이 점차 줄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1만9590t까지 뚝 떨어지기도 했다. 키위가 다시 주목을 받은 시점은 2018년 무렵이다. 점차 수입량이 늘다가 2021년 처음으로 4만t 넘게 수입됐다. 지난해에도 키위 수입액(1억5895만 달러)과 수입중량(4만4351t)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키위는 98%가 뉴질랜드산이다. 2004년 칠레와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뉴질랜드산 키위에 한 차례 위기론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값싼 칠레산 키위와의 경쟁에서도 뉴질랜드산 키위가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맛과 품질이었다.
뉴질랜드 마운트 마운가누이(Mount Maunganui)에 위치한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본사 전경
뉴질랜드산 키위는 전부 제스프리를 통해 국내에 유통된다. 제스프리는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키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키위가 과잉 공급됐고, 높은 이자율 및 환율 등의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뉴질랜드 키위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이에 농가들은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고자 1997년 제스프리를 설립했다.
뉴질랜드 마운트 마운가누이(Mount Maunganui)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키위 숙성도를 테스트하는 모습. 연구소 직원이 △경도 확인 △키위 건조 △건물중(乾物重) 확인 △당도(brix) 확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을 하고 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재배되는 제스프리의 키위 품종은 그린, 썬골드, 루비레드 등 세 가지다. 재배된 키위는 숙성도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수확할 수 있다. 수확 시기가 다가오면 농가는 제스프리와 계약된 연구소에 샘플 채집을 요청할 수 있다.
연구소 직원들이 무작위로 채집한 키위는 △경도 △색 △건물중(乾物重) △당도(brix) 등 테스트를 거친다. 경도 테스트에선 키위의 단면을 통해 숙성 정도를 확인한다. 키위가 너무 숙성된 경우 포장 단계에서 터지는 등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키위 속 색깔도 확인한다. 키위는 후숙 과일이기 때문에 내부 색깔을 확인해야 정확한 수확 및 선적 시기를 판단할 수 있다. 이때 상품성을 위해 씨 배열도 확인한다.
건물중(乾物重) 테스트는 키위 품질을 예측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건물중은 생물체에서 수분을 제거한 후의 무게를 말한다. 키위가 머금고 있던 수분을 제거하면 건물에는 탄수화물이 남는다. 탄수화물은 나중에 당으로 변하기 때문에 키위의 당도를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현재의 당도(brix)도 확인한다. 그린키위는 15~16brix, 썬골드키위는 16~17brix 정도면 먹기 좋게 후숙된 상태로 판단한다. 이를 고려해 수확 시점에선 그린키위는 6brix, 썬골드키위는 8brix가 되어야한다.
뉴질랜드 카티카티(Katikati)에 위치한 한 제스프리 키위 팩하우스. 이곳에선 숙성도 테스트를 마친 키위들 중 상품성 뛰어난 키위들을 선별해 크기에 따라 분류하고 포장한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팩하우스에선 다시 한 번 키위 품질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먼저 운반된 키위 중에서 너무 무르거나 터진 키위들을 1차적으로 걸러낸다. 이후 적외선 카메라로 내부까지 확인해 상품성이 훼손된 키위를 찾아내고, 키위의 수분 함량을 확인해 건물중도 재차 측정한다. 이렇게 포장된 키위에는 생산지 및 팩하우스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바코드가 부착된다. 일종의 품질 관리를 위한 추적 시스템인 셈이다.
팩하우스는 선별한 1등급 키위들을 크기에 따라 분류한 후 최종 포장한다. 포장 후 유통 과정에서도 품질 관리가 이뤄진다. 키위와 함께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계를 함께 선적하는데, 이는 키위가 온도에 민감한 후숙 과일이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온도를 조절하거나 에틸렌가스를 주입해 후숙 상태를 관리한다.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본사에서 글렌 앨런 스미스 농가 총괄 책임자가 제스프리의 운영 및 관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국내에서 제스프리 키위를 재배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뉴질랜드와 기후 및 재배 조건이 유사한 제주‧전남지역 약 300개 농가에서 재배가 이뤄진다. 제주의 경우 기존 감귤을 재배하던 농가들이 제스프리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과 수익성에 매력을 느끼면서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인기의 비결은 결국 맛과 품질. 제스프리는 맛과 품질이 균일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제스프리 키위를 믿고 구입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인기 있는 품종은 당도가 높은 썬골드키위다. 키위의 영양학적 측면도 있다. 국내에선 과일을 ‘건강 간식’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위는 식이섬유와 비타민C가 풍부하고, 지방‧염분 등 불필요 영양소를 제외한 영양소 밀도도 높다. 또한 당지수(GI)가 낮아 혈당관리에도 용이하다.
타우랑가(뉴질랜드)=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