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관리 전문 솔루션 LG슈케어·슈케이스 제품 기획 유수찬, 개발 박혜용·신주환 인터뷰 2016년 아이디어부터 올 3월 출시까지 구두 명장까지 검증해 장인정신으로 개발 속 뒤집는 발냄새도 기계에 돌리니 깔끔 마니아층 겨냥한 ‘슈라이프’ 즐거움까지
‘내가 만들어서 내가 소개한다’. 제품, 서비스를 만든 기획·개발자들을 만나 ‘딥’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전문성은 물론, 직접 얼굴을 걸고 이야기하는 만큼 신뢰도가 높지 않을까요. 오늘 그 첫 회로 LG전자의 ‘신발 전문가들’을 만나봅니다.
1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난 슈케어·슈케이스 기획·개발자. 왼쪽부터 LG전자 신주환 Appliance PO 선임, 유수찬 리빙솔루션 상품기획팀 책임, 박혜용 H&A CX 랩 책임. LG전자 제공
“많이 독할 수 있습니다. 시작할게요.”
20일 서울 금천구 LG전자 가산 R&D 캠퍼스에서 슈케어·슈케이스 개발에 참여한 김소라 LG전자 책임연구원과 탈취 성능을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김 연구원이 발냄새 물질인 ‘이소발레르산’을 실험체에 주입한 뒤 슈케어에 넣는 모습. LG전자 제공
슈케어를 통해 1시간 50분 동안 집중 살균을 한 뒤 검사용 펌프로 이소발레르산 농도를 측정했다. LG전자 제공
집중 살균 이후 완전 밀봉된 용기 안(왼쪽)과 신발 내 천(오른쪽)에서 각각 이소발레르산 수치를 검출한 결과 . 밀봉 용기에서는 6ppm이 나왔고 신발에서는 0이 측정됐다. 냄새가 완전 탈취된 것이다. LG전자 제공
LG전자에서 지난달 31일 출시한 신발관리 전문 솔루션 슈케어·슈케이스. 신발을 최대 4켤레 담을 수 있는 슈케어는 살균·탈취·건조에 특화됐다. 네모난 박스 모양의 슈케이스는 습도 관리와 전시에 특화된 제품으로 상하로 최대 4칸을 쌓아 올릴 수 있다. LG전자 제공
유수찬 LG전자 리빙솔루션 상품기획팀 책임(가운데)이 슈케어·슈케이스 기획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LG전자 신주환 Appliance PO 선임, 오른쪽은 박혜용 H&A CX 랩 책임. LG전자 제공
박 책임은 슈케어를 개발하는 데 있어 작동 시간, 신발 수납 방식 등 편의성부터 제품 디자인, 살균·탈취 방식 등을 어떻게 설계해야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신발관리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고 한다. 그는 “신발을 신다 보면 물에 젖는다거나 냄새, 오염 등 각종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며 “어떤 제품은 살균만 되고 또 다른 제품은 건조 후에도 냄새가 남아 있는 등 이 정도로는 고객이 원하는 신발 솔루션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제품 기획을 맡은 유수찬 LG전자 리빙솔루션 상품기획팀 책임은 “2016년 처음 아이디어가 논의됐지만 2017년 디자인 등록, 2019년 특허 등록을 거쳐 2021년 10월에서야 사업 검증(PoC)용 콘셉트 기획안이 나왔다”며 “PoC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LG전자 유수찬 리빙솔루션 상품기획팀 책임(왼쪽)과 박혜용 H&A CX 랩 책임이 슈케어에 신발을 넣으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특히 신발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인 ‘대한민국 수제화 1호 명장’ 유홍식 씨도 섭외했다. 유 책임은 “스팀(열기)을 활용한 살균·탈취 기능 때문에 가죽, 면, 스웨이드 등 어떤 재질이든 손상되지 않도록 설계해야 했다”며 “유홍식 명장으로부터 직접 자문을 받아 문제 없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LG슈케어는 100℃ 스팀으로 무좀균 등 유해 세균을 99.99% 살균하고 발 냄새의 원인이 되는 물질까지 없애도록 설계됐다. 박 책임은 “살균에는 빛을 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겉면만이 아닌 내부까지 구석구석 살균하려면 스팀으로 분사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며 “신발 종류나 소재에 맞춰 스팀 분사량을 세밀하게 조절해 손상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탈취방식인 ‘제오드라이필터’는 숯과 같은 역할을 한다. 박 책임은 “보통 숯은 냄새를 다 빨아들인 뒤에는 구멍이 다 차서 제 기능을 못한다”며 “하지만 제오드라이필터는 마른 상태일 때 습기나 냄새 입자를 잡아내는 역할을 하고 다시 히터로 열을 가해 건조시켜 계속해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케어의 표준 살균 시간은 47분, 급속은 15분이다. 신발이 젖어서 바짝 말려야 할 때는 3시간 30분 돌리면 된다.
또 슈케어에 총 4켤레를 넣어 돌릴 수 있지만 상하로 나눠 각기 다른 옵션으로 작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박 책임은 “같은 가족 안에서도 부모, 자녀간에 분리해서 관리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며 “또 위에는 면 신발, 아래는 가죽 구두를 넣는 등 한 번에 다양한 제품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슈케어·슈케이스 출시 전 진행한 사전체험단 활동에서 고객이 직접 슈케이스를 꾸민 모습 . LG전자 제공
실제 제품 출시 후 입소문을 타며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여러 대의 슈케이스를 한 데 모아 ‘나만의 전시장’을 만들어 자랑하는 것이다. 슈케이스는 상하로 최대 4칸을 쌓아 올려 연동시킬 수 있다. 제품 소프트웨어(SW)를 담당한 신주환 LG전자 Appliance PO 선임은 “단순 관리를 넘어 일상에서 ‘슈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며 “장작불을 멍 때리고 가만히 보는 것을 ‘불멍’이라고 하지 않나. 사람들이 애지중지하는 신발들을 올려놓고 ‘슈멍’을 하더라”고 했다.
LG전자는 스타일러가 새집 장만, 신혼 살림의 ‘필수템’이 된 것처럼 슈케어·슈케이스도 제2의 국민 아이템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 책임은 “집에 들어가면 샤워하고 양말도 매일 갈아 신듯이 신발 역시 신을 때마다 관리를 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