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 어떤 내용 담겼나 거래소, 보험 가입하거나 준비금 적립 증권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같은 감시기구 만들고 위법 의심땐 신고
최근 국회 입법에 속도가 붙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법안에 거래소가 보유한 가상자산 중 일정 비율은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 해킹이 어려운 전자지갑)에 보관하도록 해서 해킹 피해를 예방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시세조종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는 1차적으로 거래소에 감시와 위법행위 신고 의무를 부여하면서 금융당국도 적극적으로 감시, 감독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가상자산과 관련해 기존에 발의된 18개 법안을 통합한 가칭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기반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안 조항을 조율 중이다. 여야 의원들이 큰 틀에서 합의한 통합안의 핵심 내용은 주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 및 처벌, 그리고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각종 투자자 보호 의무 부과다.
우선 통합안은 거래소들이 이용자가 예치한 것과 동일한 종목, 수량의 가상자산을 보유하도록 하고 이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을 이른바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과 분리된 가상자산 지갑을 뜻하는 콜드월렛은 인터넷 해킹을 통한 가상자산 탈취가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이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되는 증권시장과 달리 가상자산은 거래소에 보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는 반드시 필요한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또 거래소는 투자자의 예치금을 분리해서 보관하고 해킹과 전산장애 등의 사고 위험에 대비해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하는 등의 조치에도 나서야 한다.
또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취득재산과 시드머니를 모두 몰수·추징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무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거래는 통정·가장매매, 허수주문, 치고 빠지기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규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증권시장과 같은 제재 및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법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은 1차적으로 거래소에 부과된다. 거래소를 포함한 가상자산사업자는 가상자산 가격이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변동하는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해야 하고 위법이 의심될 경우 수사기관 등에 신고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한국거래소가 시장감시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처럼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거래소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직접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법안에 마련될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감독·검사 규정을 근거로 불공정거래는 물론 가상자산 관련 범죄 행위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처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으로 명확한 불법 행위가 규정되고 거래소에 대한 감독·검사 의무가 부여되면 금융당국도 이를 근거로 거래소 안팎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행위를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는 25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20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 의회도 투자자 보호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 가상자산 규제 포괄 법안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킨 바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