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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비닐 녹여 열분해유로 재활용한다

입력 | 2023-04-25 03:00:00

서울시, 정유화학사 4곳과 협약
전용봉투로 수거해 업체에 공급
내년부터 25개 자치구로 확대



19일 오전 인천 서구 뉴에코원 공장에서 한 직원이 압축된 폐비닐을 지게차로 옮기고 있다. 서울시는 SK지오센트릭 등 국내 4개 정유화학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올 하반기(7∼12월)부터 폐비닐을 열분해유로 재활용하기로 했다. 인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지금 여기 투입된 폐비닐의 80% 정도는 전부 열분해유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19일 오전 인천 서구 ‘뉴에코원’ 공장에서 SK지오센트릭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뉴에코원은 SK지오센트릭과 파트너십을 맺은 열분해유 생산 공장이다. 열분해유는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 등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폐기물을 섭씨 300∼800도의 고열로 가열해 만든 기름이다. 휘발유, 경유, 등유, 플라스틱 등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날 이 공장에선 폐비닐 약 8t이 투입돼 불순물 제거 공정을 거친 뒤 열분해유 6.4t으로 다시 태어났다.

● 폐비닐 재활용해 ‘열분해유’로
서울시는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LG화학, SK지오센트릭 등 국내 4개 정유화학사와 이달 11일 업무협약을 맺고 올 하반기(7∼12월)부터 폐비닐을 열분해유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협약에는 자치구가 수거하는 폐비닐을 시가 별도로 수거해 4개 업체에 열분해유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에 따르면 서울의 일일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1352t에서 2020년 2235t으로 65.3% 증가했다. 특히 환경부의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분리수거되지 않고 종량제봉투로 버려지는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은 전체의 약 18%에 달한다.

실제로 동아일보 기자가 22일 마포구 합정동 일대 주택가에서 확인한 결과 분리 배출돼야 하는 비닐의 상당수가 종량제봉투에 섞여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비닐봉투에 쓰레기를 모아 담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린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음식물이 묻은 인스턴트 음식 포장지와 테이프, 양파 노끈 등도 종량제봉투 안에 들어가 있었다.

시는 포장지, 노끈 등 폐비닐을 최대한 분리수거한 다음 열분해유 원료로 제공해 쓰레기 소각·매립량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먼저 폐비닐을 원활하게 수거하기 위해 ‘폐비닐 전용 수거 봉투’를 단독주택 주민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이렇게 수거된 폐비닐은 선별 작업을 별도로 거치지 않고 바로 압축한 다음 정유화학사 4곳으로 전달해 열분해유로 재활용한다.

● 소각량 줄이고 원재료 확보 ‘윈-윈 협약’
정유화학사들은 이번 협약을 통해 폐비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열분해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서울시는 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폐비닐을 회수해 소각량을 줄일 수 있고, 업체들은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확보해 열분해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며 “양쪽이 모두 이득을 보는 윈-윈 협약”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이르면 하반기에 시범 자치구를 선정해 본격적인 사업 운영에 들어갈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 4곳을 선정해 이르면 하반기 시범 사업을 운영하고 내년부터 전체 자치구 25곳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폐비닐 재활용 수거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시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도 적극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