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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바이오헬스 강국 도약 위해 한미 항암신약개발 협력 강화를

입력 | 2023-04-26 03:00:00

게티이미지코리아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매년 전체 사망자의 26%를 차지할 뿐 아니라 사망 원인 2위, 3위, 4위를 합한 것보다 많다. 국내 암의 치료 성적은 20여 년 전 ‘5년 생존율’이 43%였던 것이 지금은 70%까지 올라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암의 완치율이 70%’라는 것은 여전히 암 환자의 30%는 5년 안에 사망한다는 의미다. 조기에 발견된 암은 완치율이 높으나 전이, 재발된 경우에는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이 부족해 연간 8만 명이 넘는 국민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전이암이나 재발 암은 넓게 퍼져 있어 수술이나 방사선만으로 치료하기 어렵다. 결국 전신적인 항암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아직 효과도 제한적이고 치료비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또 최신 치료법인 표적 치료제와 면역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가격이 초고가이며 효과도 제한적이다.

난치성 림프종과 백혈병의 최신 치료제로 각광받는 ‘킴리아’는 치료에 약 3억6000만 원이 필요하다. 의료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금은 600만 원 정도지만 대부분 약값은 국민들의 보험료에서 충당해야 한다. 고가의 항암제 사용이 늘면서 국내 항암제 매출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21년 기준 2조4000억 원으로, 이 중 70%가 다국적 제약사의 수입 약제다. 국가 의료 재정의 상당한 부분이 다국적 제약사로 흘러가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신치료 기술을 도입하는 데 매우 빨라서 최고의 암 치료 성적을 내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개발한 글로벌 신약은 없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암을 치료하는 데 해외 제약 업계에만 의존해야 할까? 가장 빠른 길은 최고의 의생명공학 기술을 가진 미국과 공동 연구를 통해 배우는 것이지만 미국이 아무런 조건 없이 순순히 우리의 요청에 응할지 의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미국의 연구자들과 바이오 기업들이 욕심을 낼 만한 자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암 조직 샘플이고, 하나는 암 빅데이터다. 국립암센터 바이오뱅크에는 120만 개의 암 조직과 혈액이 있어 연구에 활용되고 있고, 센터 내에 국가암데이터센터가 구축돼 앞으로 무려 450만 명에 달하는 암 환자의 임상 정보와 유전체 정보를 결합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런 연구 자원은 신약 개발과 신치료 기술에 필수적 요건으로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탐내는 상황이다. 이미 다국적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임상 시험을 위해 대한민국으로 모여드는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예에서 보듯이 국민에게 필요한 치료제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이 국가의 필수 역량이 됐다.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증가하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기술로 항암제를 개발하고 자체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집중적인 연구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 이번 국빈 방문에서 우리나라의 암 연구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미국과의 연구 협력 논의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바이오헬스 세계 6대 강국 도약이라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미 연구 협력을 통한 블록버스터급 항암 신약 개발이 필수적이며 앞으로 10년간 암에 대한 연구 투자가 큰 폭으로 확대되지 않고서는 이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