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Animal Rights Advocates] 골든걸 생명존중 연중 캠페인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유기묘 3마리 입양해 돌보는 박칼린 음악 감독
스스로를 ‘집순이’라 부르는 박칼린 감독. 집에서 고양이들과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가 말하는 최고의 힐링이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방송에서 본 박칼린 음악 감독(57)은 늘 카리스마가 넘쳤고, 때론 냉정하기까지 했다. 그의 실제 별명이 ‘마녀’, ‘저승사자’라는 걸 듣고 나니 실제 모습도 방송과 비슷하겠거니 짐작했다. 하지만 경기도 용인에 있는 박 감독의 집에서 마주한 그의 모습은 예상과 사뭇 달랐다.
반려묘를 바라보는 눈에는 사랑이 가득했고, 이름을 부르고 말을 걸 때는 한층 밝고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 감독은 “고양이는 고음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를 부를 때 소프라노처럼 높은 톤의 목소리를 낸다. 고양이 앞에서만 나오는 말투”라며 웃었다.
음악 감독부터 배우까지 종횡무진,
반려묘들과 함께 할 때 유일하게 여유시간 가져
박칼린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뮤지컬 음악 감독이다. 2009년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 출연했을 때는 합창단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연출가로, 그리고 배우로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직접 연출한 여성 전용 공연 ‘미스터쇼’가 8년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곧바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배우로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났다.반려묘들과 함께 할 때 유일하게 여유시간 가져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는 그가 유일하게 여유를 찾는 시간은 반려묘와 함께할 때다. 박 감독은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으로 나와 차 한 잔을 마시며 고양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하루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투견장 미끼, 안락사 위기의 고양이 등
2년 간격으로 새 가족 맞아
2년 간격으로 새 가족 맞아
집 앞마당에서 심바, 쿠쿠를 쓰다 듬고 있는 박칼린 음악 감독. 박 감독의 뒤로 웅크리고 있는 루우의 모습도 보인다.
박 감독의 ‘소울메이트’로 불리는 루우는 벌써 그와 함께 한 시간이 10년이다. 유기묘 어미 고양이에게서 태어난 루우는 젖을 떼자마자 박 감독의 집에 왔다. 뒤이어 입양한 심바는 투견장의 미끼로 사용되던 고양이였다. 투견농장이 개의 공격성을 유지하기 위해 맹견들 앞에 살아 움직이는 미끼를 놔두곤 하는데, 그게 바로 심바였던 것. 심바는 사납게 짖어대는 맹견 사이 작은 뜬장 안에서 종일 두려움에 벌벌 떨며 지내야만 했다. 다행히 고양이 보호소 ‘나비야사랑해’의 유주연 대표가 심바를 구출했고, 박 감독이 입양을 결정했다.
“제가 어릴 적 처음 키웠던 고양이가 샴 고양이였어요. 그래서 루우와 함께 지낼 고양이 한 마리를 더 입양하려고 알아볼 때 ‘이왕이면 샴 고양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마침 심바가 장모 샴 고양이였어요. 심바는 집에 오자마자 배를 벌러덩 까고 눕더라고요. ‘참 생명력이 강한 아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사람이 평생 살며 해야 할 일
…음악, 체육, 동물 키우기
…음악, 체육, 동물 키우기
(위에서부터)루우, 심바, 쿠쿠의 모습. 고양이들은 집 안에서 뒹굴거리다 마당에서 나무를 타기도 하고, 근처 산을 산책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평생을 살며 세 가지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악, 체육, 그리고 동물을 키우는 것이죠. 저는 어릴 때부터 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고, 부모님으로부터 ‘살생을 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아왔어요. 곤경에 처해 있는 동물은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그러니 동물 보호는 저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어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어 동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아니에요.”
박 감독의 삶에는 늘 동물이 함께했다. 유년시절에는 고양이를 한 번에 20마리씩 키우기도 했고, 개와 말도 늘 그의 친구였다. 박 감독은 “동물을 키우며 받는 자극이 정말 좋다”며 “나보다 작은 동물을 돌보는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동물을 키우면서 인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동물 사랑이 극진한 그는 최근 한 방송에서 ‘가장 그리운 존재’로 2014년 세상을 떠난 반려견 ‘해태’를 꼽기도 했다. 어릴 적 꿈이 ‘멸종 위기에 놓인 삽살개를 키우는 것’이었던 박 감독은 1999년 토종 삽살개 50마리를 일반인에게 분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 해태를 만나게 됐다.
유기동물 직접 입양까지 보내,
“입양 결정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입양 결정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박칼린 감독이 루우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번은 동네에서 강아지 6마리가 길을 잃고 도로로 나온 것을 봤어요. 급한 마음에 길가에 차를 세우고 다른 차를 막은 뒤 강아지를 모두 차에 태웠죠. 그리고는 집집마다 찾아다녀 주인을 찾아줬어요. 뮤지컬 연습을 하러 가던 길이었는데 지각해서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웃음). 하지만 안 할 수는 없잖아요. 누가 알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신경이 쓰여요.”
보호자를 찾지 못한 유기견, 유기묘는 직접 입양까지 보낸다. 뮤지컬계 동료들 다수가 박 감독이 구출한 유기동물의 가족이 됐다.
“집 앞마당에 자주 찾아오던 유기견이 있었어요. 그 개는 이웃에 사는 뮤지컬 배우 최재림 씨가 키우고 있죠. 최근에는 동네에서 구출한 유기묘를 조연출이 입양하기도 했고요. 동물에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들도 제 추천으로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답니다. 공개적으로 나서서 유기견, 유기묘 입양을 홍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권장하며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죠.”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의 행복을 알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입양을 권하고 있지만, 입양을 결정하기까지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박 감독의 조언이다.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입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유기동물이 생기지 않게 막는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박 감독은 입양을 위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지고 돌보겠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아이를 입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 입양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해요. 동물도 사춘기를 겪고, 밤에 많이 울기도 하죠. 아프기도 하고요. 매 끼니를 직접 챙기고 변을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여행도 마음대로 갈 수 없어요. 어마어마한 책임이 뒤따르죠. 동물은 단지 지금의 모습이 예뻐서 사는 장난감이 아니니까요. 책임감을 꼭 가져야 해요. 물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행복과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죠. 우주를 얻게 되는 느낌이랍니다.”
글&사진/박해나(생활 칼럼니스트)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