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교민들, 마침내 고국 땅으로 정부가 내전 중인 수단에서 탈출시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한 공군 수송기 ‘KC-330’에서 내리며 고국 땅에 발을 내딛고 있다. 맨 앞에 교민 철수를 도운 주은혜 주수단 한국대사관 참사관이 딸 이모 양을 안고 있다. 작전명 ‘프로미스(Promise·약속)’를 통해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탈출한 교민 28명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거쳐 한국으로 귀국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지 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피란 작전을 더 지체할 순 없었다. 교민 A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수단공항까지 폭격을 맞았다. 어린 딸이 경기를 일으키며 쓰러질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른 교민 김현욱 씨는 “굉장히 큰 교전이 집 앞에서 벌어졌다. 군인들이 집에 침입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두려운 상황이었다”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전했다.
● “방탄차로 구출…죽었다 살아났다”
문제는 교민들의 거주지가 격전지 근처 아홉 곳에 흩어져 있어 신속한 집결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르툼엔 500m마다 소총 등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길목마다 지켜 개별적인 이동도 쉽지 않았다. 이런 난관을 뚫고 일단 흩어진 교민들을 데려오는 데는 성공했다. 남궁환 주수단 대사 등 대사관 직원들이 방탄차량을 타고 직접 교민들을 찾아다녔다. 남궁 대사는 “그분들을 다 모아야만 철수할 수 있었다. 끝까지 모은다는 일념으로 찾아다녔다”고 했다. 대사관 주은혜 참사관도 현지 교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교민 반용우 씨는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라며 “총 쏘고 대포 쏘고, 우리 집 주변에서 정말 말로만 듣던 전쟁이 일어났다”고 긴박한 상황을 떠올렸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수단 교민 구출을 위한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에 참가한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3.4.25. 뉴스1
이 작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국가가 아랍에미리트(UAE)였다. UAE 정부는 가장 안전하게 포트수단으로 이동 가능한 육로를 제안했고, 탈출 차량까지 섭외해 줬다. 이 과정에서 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Your people are our people(한국 국민이 우리 국민이다)”이란 메시지를 보냈다. UAE 정부는 수단 정부군과 반군(신속지원군·RSF) 양측에 다양한 채널로 한국 교민의 육상 이동을 막지 말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 “33시간 김밥 컵라면으로 버텨”
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우리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3.4.25. 사진공동취재단
포트수단에 도착한 교민들은 한국에서 날아온 C-130J 수송기에 탑승했다. 교민들은 24일 오후 10시 28분 사우디 제다공항에 도착했고, 25일 오전 2시 54분 우리 공군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기가 한국을 향해 이륙했다. 그리고 마침내 28명의 교민을 태운 시그너스가 13시간의 비행 끝에 25일 오후 3시 57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작전명 ‘프로미스(Promise·약속)’가 완료된 것.
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우리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3.4.25. 사진공동취재단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