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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교, 우크라 침공 정당화 ‘24분 궤변’

입력 | 2023-04-26 03:00:00

라브로프, 유엔안보리서 美등 겨냥
“소수 서방국가, 세계질서 흔들어”
유엔 총장 “러가 막대한 고통 초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첫줄 오른쪽)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미국 등 서방이 전쟁을 부추기고 다자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옆자리에 앉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뉴욕=AP 뉴시스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장광설을 늘어놓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빈축을 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특별 군사 작전’(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르는 말)의 목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수년간 러시아 국경지대에서 일으킨 안보 위협을 제거하고 우크라이나 정권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문제를 지정학적 맥락과 분리해 고려할 수 없다”면서 “미국이 공격적이고 변덕스러운 헤게모니를 휘두르고 있다”고 미국을 탓했다.

이번 회의 주제인 다자주의에 관해 그는 “유엔 중심 세계 질서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일부 회원국이 ‘규범 기반 질서’로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대체하려고 든다”고 주장했다. 또 “누구도 소수의 서방더러 인류를 대변하라고 허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규범 기반 질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진영에서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라브로프 장관 발언은 이날 참석한 15개국(상임 5개국, 비상임 10개국) 대표 가운데 가장 긴 24분 동안 이어졌다. 안보리는 매달 15개 이사국이 돌아가면서 의장국을 맡는데 이번 달은 러시아 차례였다.

반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를 시작하며 “러시아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막대한 고통을 초래했고 세계 경제 대혼란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라브로프 장관 바로 옆 좌석에 앉아 있었다.

유럽연합(EU) 27개국 대사들은 안보리 회의 시작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을 낭독한 올로프 스코그 주유엔 EU대사는 “러시아는 ‘유엔 헌장과 다자주의의 수호자’라고 주장하나 진심이라면 우크라이나에서 당장 모든 병력을 무조건적으로 철수하라”고 규탄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도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와 주권에 대해 불법적으로 무력을 사용한 주체가 오늘 회의 주제를 제안한 것은 슬픈 현실”이라며 라브로프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