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이상 징역형’ 적색수배 138명 강남학원가 마약음료 윗선도 포함 中-美-태국-比 등지서 도피생활 SNS 통해 국내로 마약 공급도
서울 강남구 한티역 인근 도로에 마약 음료 주의 문구와 마약 신고 번호가 담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2023.4.12/뉴스1
2005년 초 ‘살이 저절로 빠지는 약’이라며 시중에 마약 성분이 들어간 불법 의약품 약 14억 원어치를 팔다가 적발된 ‘부부 마약사범’이 검거 직전 해외로 도피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필리핀으로 도주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이들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다시 중국으로 밀입국했지만 지난해 6월 결국 덜미를 잡혔다. 무려 17년 만에 중국 공안에 체포돼 국내로 송환된 부부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 해외 도피 마약사범 갈수록 늘어
최근 마약범죄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검거 및 처벌을 피해 해외로 도피하는 마약사범 역시 늘고 있다.경찰은 2년 이상 징역 등에 해당하는 죄를 짓고 체포·구속영장이 발부된 경우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다. 해외로 도망친 마약사범 10명 중 6명이 중죄를 지었다는 뜻이다. 경찰은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마시게 하고 학부모들을 협박한 이른바 ‘필로폰 음료’ 사건을 기획한 이모 씨(25) 등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 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마약사범이 도피한 나라는 중국(42명), 미국(40명), 태국(34명), 필리핀(30명) 순이었다. 또 인터폴에 적색 수배된 해외 도피 마약사범 138명 중 32.6%(45명)가 5년 이상 장기 도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사범 규모가 늘어난 만큼 해외 도피 마약사범 수도 늘고 도피 기간도 장기화되는 추세”라고 했다.
● 해외 도피 중 국내 마약 공급까지
문제는 해외 도피 마약사범들이 해외에서 국내로 마약을 공급하는 ‘공급책’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경찰은 이 같은 사례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 도피 마약사범을 붙잡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필로폰 음료’ 사건 피의자 3명은 중국 현지법 위반 혐의도 있어 검거될 확률이 높다. 다만 국내 송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마약사범 도피를 막고, 도피한 경우 신속하게 검거, 송환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필로폰 음료 피의자들의 경우 윤희근 경찰청장이 “검거에 협조해 달라”는 친서를 20일 중국 공안부에 보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