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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서 음주운전 사고… 아동 사망땐 최대 26년형

입력 | 2023-04-26 03:00:00

대법, 양형기준 신설… 7월부터 적용



25일 오전 경북 포항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제한속도 표시가 그려진 우산을 쓰고 등교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날 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한 양형기준 등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포항=뉴스1


올 7월부터 음주운전으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최대 징역 26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 전 대법관)는 24일 회의를 열고 교통범죄 양형기준을 심의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양형위는 이날 회의에서 스쿨존 교통사고와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했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형을 정할 때 참고해야 하는 기준이다.

새 기준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숨지게 하는 교통사고를 낼 경우 최대 징역 8년이,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했을 때는 최대 징역 5년이 선고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양형기준도 신설돼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상태에서 운전을 하거나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최대 징역 4년에 처해질 수 있다. 범행이 결합돼 술에 취한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치고 시신을 유기한 뒤 달아난 경우에는 최대 징역 26년의 중형에 처해진다.




‘승아양 참사’ 다시 나면 최대 15년刑… 스쿨존 음주운전 일벌백계




대법, 새 양형기준 신설
스쿨존사고 음주운전 안해도 처벌… 어린이 사망사고땐 최대 징역 8년
음주운전 새 양형기준도 7월 적용… 알코올농도 0.2%, 최대 징역 4년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우리 승아 얼굴이 떠올랐어요. 사고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달라진 제도가 없는지 확인했는데 이제 변화가 생긴 것 같아 승아도 하늘에서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 배승아 양(10)의 오빠 송승준 씨(25)는 25일 발표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스쿨존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 양형기준 신설에 대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배 양은 8일 대전 서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던 방모 씨(65)의 승용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 스쿨존 교통사고 관련 양형기준 신설

그동안 스쿨존 발생 교통사고에 대해선 별도 양형기준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담당 판사가 일반적인 교통사고 치사상 양형기준과 법령에 정해진 형량을 고려해 임의로 형량을 정했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 충남 보령시 스쿨존에서 A 양(당시 9세)을 치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힌 운전자는 자동차종합보험 가입과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구호 조치 등의 정상이 참작돼 올 2월 1심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스쿨존 발생 치상 사건에 대한 양형기준이 별도로 설정돼 있지 않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이번 양형기준 신설에 따라 올 7월부터는 별도의 판결 기준이 적용된다.

먼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내 어린이를 숨지게 하면 징역 1년 6개월∼8년의 형이 선고된다.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징역형의 경우 6개월∼5년을 선고받게 된다.

음주운전에 대한 양형기준이 생기면서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이거나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최대 징역 4년이 선고된다.

배 양 사고와 같이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에는 범행이 결합돼 최대 징역 15년이 선고된다. 다만 배 양을 숨지게 한 방 씨의 경우 양형기준이 바뀌는 7월 전 기소될 것으로 보여 해당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범선윤 양형위 운영지원단장은 “판사들이 그동안 내렸던 판결보다 높은 형량으로 양형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고무줄 형량’ 논란 가능성도
양형기준 신설은 재판 과정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수도권의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판사들에게 양형기준 신설은 재판 과정에서 어떤 요소를 중심에 두고 진행할지가 정해진다는 의미”라며 “7월 이후에는 심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양형기준에서 설정한 형량이 선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기준이 강화되면서 스쿨존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 등이 중대범죄란 인식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충만 법률사무소 광현 변호사는 “이번 양형기준 신설을 통해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최저 형량이 사실상 6∼7년부터 시작된다. 스쿨존 교통사고 등이 중대범죄로 인식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시된 양형기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교통범죄 관련 책을 발간한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변호사)은 “양형기준의 상한선은 많이 올랐는데 하한선이 비교적 낮아 중간대역이 넓어진 상태”라며 “재판부의 재량이 커져 자칫 고무줄 양형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