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김기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곳곳에서 돈봉투 냄새가 가득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국민 앞에서는 민생을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민주당이 뒤로는 검은돈을 좇았다니 이율배반적”이라며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를 비롯해 이재명 대표 등 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 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최소 9400만 원의 돈봉투를 만들어 배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송 전 대표가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이 민주당 돈봉투 의혹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한 수습에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사이 송 전 대표와 이 대표를 향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지난 20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기념관을 찾아 유족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9명의 윤리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위는 이르면 다음 주 첫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안팎에서 윤리위의 첫 안건은 김 최고위원 징계 문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징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단계로 나뉜다. 만약 김 최고위원이 1년 이상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으면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내년 총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김 최고위원은 5·18민주화운동, 우파 천하통일, 제주4·3사건 희생자 추념식 등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선 윤리위 징계 수위에 따라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단계 징계 중 예상보다 낮은 징계를 내릴 경우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전세사기 등 민생 행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와 전세사기 피해 고충 접수센터 개소 현판식에 참석했다. 또한 그는 25일 극심한 혼잡도를 보이는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를 직접 탑승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선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을 흡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무당층이 많은 청년층의 표심을 얻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발굴하고 즉각적으로 실행해야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26일 음주운전 방지 장치 시연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음주운전) 재범이 연간 5만 명에서 6만 명 정도 되는 상황에서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며 “아예 음주한 분이 운전을 못 하게 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를 방문해 음주운전 방지 장치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울러 김 대표가 출범시킨 특별위원회 ‘민생119’도 24일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날 민생119는 소액생계비 대출한도 상향과 이자율 경감 대책과 전세사기 피해방지 대책, 영세 소상공인 에너지 지원 방안, 취업할 때 필요한 건강진단결과서를 무료로 발급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민생119는 매달 한 차례 현장에 나가 민생 현안을 직접 청취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25일 사무처당직자 월례조회에서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내년 총선에서 꼭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우리가 더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어 민생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