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열리는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기로 했다.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군사동맹이 ‘핵동맹’으로 올라설 토대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선언에는 미국 핵우산 정책에 한국의 참여를 보장하는 상설 협의체 ‘한미 핵협의그룹(NCG)’ 신설이 포함됐다. 미국이 확장억제 기획 및 실행에 동맹국을 참여시키는 것은 사실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이어 한국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 경쟁 속에 북-중-러가 밀착하는 신(新)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 안보 질서에 중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핵동맹’ 시대… 40년 만에 美 SSBN 전개
한미 정상이 발표하게 될 워싱턴 선언의 핵심은 한미 NCG 창설이다. NCG는 북한 핵무기 사용에 맞선 미국의 대응 시나리오 관련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확장억제 공동 기획 및 실행 방안을 구체화하는 협의체다.미국은 그동안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통해 한국과 핵우산 정책을 협의했지만 유사 시 확장억제 작동 정보는 비밀에 부쳐왔다. 하지만 NCG 창설로 한국이 미국 핵 대응 계획을 파악하고 핵우산 발동 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상시 통로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NCG는 핵 및 전략적 계획에 초점을 맞춘 상설(regular) 양자 협의체”라고 강조했다.
NCG는 한미 고위급 협의 채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미는 나토 국방장관들이 참여하는 핵기획그룹(NPG)처럼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은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국방 차관이 참여하는 EDSCG와 실장급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및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 같은 각급 양자 협의체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상시 운영을 보장하는 협의체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NCG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미 훈련과 연합연습, 확장억제 도상 훈련도 강화하기로 했다. 확장억제가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군 핵무기는 물론이고 재래식 전력과 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합해 대응하는 개념인 만큼 수시로 변하는 안보 환경에 맞춰 한국 의견을 반영해 핵우산 정책을 계속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명시한 2022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언급하며 “워싱턴 선언은 NPR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美 “핵무기 사용 결정은 美대통령 단독 권한”
바이든 행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다가올 70년을 위한 한미동맹 현대화로 규정했다. 선제 핵 공격을 명문화한 북한, 핵전력을 급격히 증강하는 중국을 앞에 두고 한반도 등 동북아시아에서 핵우산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 외교정책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인도태평양 선진국들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라며 “북한 위협에도 이 같은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 확장억제 강화와 한미일 협력을 ‘아시아판 나토’라고 비판하는 북한과 중국의 대응 가능성에 대해선 “워싱턴 선언은 신중하고 전략적인 대응”이라며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 중국 양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워싱턴 선언은 중국에 한미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