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에도 무역적자 등 악재 환율 석달도 안돼 115원 넘게 올라 엔화는 강세… 100엔당 1000원 전후 외환보유액 3년째 IMF 권고 밑돌아
미국발 은행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최근 3거래일 연속 장중 연고점을 갈아치우는 등 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무역지수 적자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화된 데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환율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5개월 만에 장중 1340원 돌파
환율이 오른 건 25일(현지 시간)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한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의 ‘어닝 쇼크’로 FRB 주가가 50% 가까이 폭락하면서 은행 위기가 재점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FRB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을 겪은 곳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경제지표 둔화와 은행 우려 재점화 속 위험회피 심리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최근 미국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중국과 공조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는 점도 원화 약세 재료”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분간 외환시장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3일 기준금리를 높이면 원-달러 환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7∼12월)에 개선될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한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일본 엔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엔-원 재정환율은 이날 오후 3시 반 기준 100엔당 999.51원으로 전날보다 6.26원 올랐다.
● 외환보유액 3년째 IMF 권고 미달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한미 통화스와프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은 순채권국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경우) 외환시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재차 선을 그었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월 말 기준 4260억7000만 달러(세계 9위 수준)로 IMF는 대외부문보고서와 연례협의 등에서 한국의 보유액에 대해 “외부충격 대응에 적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